SK온 흑자전환 변수 된 '판가 하락'…"올해는 약속 지킬까"
입력 2023.09.22 07:00
    미뤄진 흑자…"올해는 수익성 증명 필요" 시각多
    AMPC 호재도 반영하며 투자유치도 마무리했는데
    원자재發 판가 하락 순차 반영…연내 추가 가능성
    배터리 산업 '미뤄둔' 검증대…"보는 시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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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선 SK온이 올해 꼭 수익성을 증명해야 할 거란 시선이 많다. 분사 전후로 흑자전환 시점에 대한 다짐을 수차례 두었으나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고 올해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조 단위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SK온 내부적으로도 해외 공장 수율 개선과 첨단제조세액공재(AMPC) 반영을 근거로 하반기 중 흑자전환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판가 하락이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증권가에선 SK온의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원래 3분기 중 영업적자 폭이 1000억원 아래로 줄어들며 연말께 영업이익 기준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배터리 판가가 떨어지는 탓에 적자가 불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 하락세를 보일 경우 연내 판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흑자 소식을 기대해 온 투자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SK온과 같은 배터리 셀 업체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측에선 지난 상반기부터 판가 하락으로 인한 실적 조정을 거치고 있다. 리튬을 비롯해 니켈, 구리, 망간 등 광물 가격은 배터리 판가에 연동된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3~6개월 시차를 두고 양극재부터 배터리 셀까지 순차로 판가가 하락하는 구조다. 실제로 SK온은 물론 경쟁사 전반이 지난 7~8월 중 배터리 판가 하락을 겪은 것으로 확인된다. 

      판가 하락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배터리 업계 전반의 사정이나 SK온은 시장 환경을 탓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온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SK온이 상각전영업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고 내년엔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022년 하반기 중 영업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늦춰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상과 전방위 인플레가 겹치며 해외 증설 부담이 폭증하던 터라 운때가 나빴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올해는 AMPC 보조금을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그 덕에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며 자금난도 해소할 수 있었다. 새로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최저수익 보장 요건 외 AMPC의 중장기 수혜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사 대비 공격적으로 미국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증설에 나선 게 긍정적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AMPC를 실적에 반영하고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증명 실패에 대한 부담은 배로 돌아올 수 있단 평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에선 AMPC 보조금이 셀 업체 마진을 약 1~1.5% 포인트 안팎 끌어올리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이나 AMPC 세부안이 올 들어 윤곽이 나왔던 만큼 어떻게 보면 운 좋게 호재를 마주한 셈인데, 흑자전환 시점이 또 틀어지면 궁색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전방 재고나 원자재 변동성으로 인한 판가 하락 우려가 불거졌던 만큼 예상 외 변수로 보기 어렵단 분석도 많다. 양극재 판가는 지난해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리튬 가격이 잠시 반등하며 그나마 양극재 판가를 지탱하는가 했지만 리튬 역시 추세적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광물 가격이 치솟을 때엔 완성차에 판가 부담을 넘길 수 있었지만 반대 상황에선 배터리 업계가 수익성 하락 부담을 져야 한다. 배터리 업계도 연내 배터리 셀 판가가 한 차례 더 하락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은 "최근 메탈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어 배터리 판가가 어느 정도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사 재료비 또한 하락하기 때문에 손익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배터리 판가 하락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성장세가 확대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가가 하락해도 셀 업체는 적정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판가가 하락했을 당시 원료 구입 시점과 가격 격차가 클 경우 일시적으로 마진이 깎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매출액 변동 외 수익성은 유지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은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판가 하락이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방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하면 전기차 브랜드 전반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테슬라는 새 공장 가동·신차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낮춰 재고를 소진하는 동시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전후방 양면으로 판가 하락 압박에 놓인 상황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작년 연말 이후 폐배터리 재활용 등 산업에 투자하는 배경엔 셀 업체가 원자재 가격 정보를 쥐고 판가를 쥐락펴락하는 데 대한 반감도 있다"라며 "전기차가 적자를 보면서 재고를 걱정하는 상황에 셀, 양극재 업체가 6~8% 수준 넉넉한 수익을 남겨 온 모순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냔 말까지 나온다"라고 말했다.

      올해 흑자 달성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 SK온은 물론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한 보수적 시각에 힘이 실릴 거란 목소리도 전해진다.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박해질 경우 2026년 이후 기업공개(IPO)에 나서야 하는 SK온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기업도 수익성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전기차 고객사 중 일부는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미뤄뒀던 검증 작업이 속속 부상하는 모양새"라며 "SK온 수익성 확보 시점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