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남긴 키워드 '글로벌ㆍ비은행'
입력 2023.09.25 14:18
    "국내선 리딩그룹이지만 세계에선 60위권...아쉬워"
    프라삭, 부코핀 등 비유기적 성장 더 필요하다고 지적
    은행과 증권 경계 허문 '유니버셜뱅크' IB 대안으로 제시
    "양종희 후보, 비은행 부문 상당한 경험과 경륜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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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을 두 달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향후 그룹의 청사진에 대해 '글로벌'과 '비은행'을 제시했다. KB금융이 국내 리딩뱅크가 되긴 했지만 아직 글로벌 은행 순위로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프라삭이나 부코핀처럼 과감한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과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의 장벽을 허무는 '유니버셜뱅크'도 향후 그룹의 나아갈 방안 중 하나로 언급했다. 개인금융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은행의 자본력을 활용한 기업금융(IB)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5일 KB국민은형 여의도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지난 9년간의 성과에 대해 본인의 임기 중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복귀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밝히며, 한편으로는 "국내에선 리딩금융이지만 세계에선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에 쓸쓸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두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윤 회장은 우선 자산운용 측면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국민의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부분이 있는만큼, 자산운용 측면에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좋은 자산을 발굴해 소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성장률 둔화를 신흥국 시장을 통해 투자 측면에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경쟁성 확보 측면에서의 글로벌화도 핵심으로 꼽았다. 인수합병(M&A) 등 비유기적 성장(Inprganic growth)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고 빠르게 확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캄보디아 프라삭과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을 사례로 꼽았다.

      윤 회장은 "부코핀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조기 정리, IT시스템 재투자가 내년 6월쯤 완료될 예정인데 영업인력 체계를 재정비하고 디지털에 강점있는 은행으로 만들고 싶다"며 "증권, 자산운용, 보험사가 함께 진출해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원스톱 서비스를 토탈설루션으로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상화에 1조원이 투입된 부코핀 은행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성과로 신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윤 회장은 "해외 나가서 잘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끊임없이 실적으로 신뢰를 줘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부코핀 은행은) 인수하자마자 코로나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게 사실이고 지금은 이런 부분을 빠르게 작업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성장을 위해선 정책당국에서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자본을 최소 2.5배 이상 늘려야 20위권에 근접하는 자본 규모를 이룰 수 있다"라며 "개별회사 차원에서 가능하느냐에 대해 진지하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방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기업금융 부문 성장에 대한 청사진으로 '유니버셜뱅크'를 제시했다. 유니버셜뱅크는 단일 금융기관, 주로 은행이 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겸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윤 회장은 은행과 증권을 분리하는 건 선진국에서도 일본 정도라며,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도 규제를 좀 더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은 "IB를 강화하는 방안은 크게 투자은행 강화와 유니버셜뱅크 두 가지인데, 후자가 자본력 측면에 있어선 훨씬 현실적"이라며 "(은행에 대한)종합투자자문 업무나 방카슈랑스 등 업종간 관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소비자가 선택하게끔 선택지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 중 진행한 비은행 M&A에 대해서는 대체로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는 소감을 내놨다. 그는 "LIG손해보험이나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너무 비싸게 인수한 게 아니냐 하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인수 지분 외 완전자회사화 과정에서의 비용까지) 토탈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공개매수가 강제돼 있지 않아서 경영권 따로 하고 소액주주 따로 인수할 수 있고 정해진 법제 내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종희 회장 후보자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글로벌화에 대해 윤 회장은 "양종희 후보자가 (부회장 임기 중) 글로벌과 보험을 담당하면서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빠르게 사안들을 실행할 것"이라며 "양 후보자는 손해보험을 직접 경험했고, 많은 M&A에 관여하면서 비은행에 상당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과 비은행) 양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고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