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PER 180배' 공모가 제시…LG엔솔보다 '비싼 몸값'
입력 2023.09.26 16:01
    공모 금액 최대 6659억…예상 시가총액 최대치 3조2716억
    EV/EBITDA 지표 활용…설비에 드는 초기 감가상각비 보정해
    공모가 높이려 시총 31조 넘는 포스코퓨처엠 피어그룹으로
    LG엔솔(51배), SKIET(48배) 넘는 76배…역대 2차전지 중 최고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코프로그룹의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가 약 5개월간의 거래소 예비심사 진통 끝에 증권신고서 제출이라는 기업공개(IPO) 첫 관문을 넘었다. 오는 11월 초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거쳐 연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시장에서 약 60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해 배터리 전구체 공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시장에선 에코프로머티가 산정한 기업가치를 두고 고평가 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2차전지 테마주 열풍을 타고 시가총액이 폭등한 포스코퓨처엠을 유사기업으로 산정한 데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을 제치고 역대 2차전지 기업 중 가장 높은 배수(멀티플)을 적용한 까닭이다. 

      에코프로머티는 이번 공모를 통해 신주 1447만6000주를 발행, 최대 6658억9600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공모가에 적용한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는 연 환산 기준 76배로, 여기에 최대 할인율 32.3%를 적용해 산정한 기업가치는 최저 2조5700억원에서 최대 3조27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올해 IPO 최대어로 평가받는 두산로보틱스(1조60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공모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수수료율 0.8% 수준의 28억원, 12억원을 각각 보수로 받게 된다.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형성될 경우, 이와 별도로 총 공모금액의 0.3%에 해당하는 성과보수도 지급될 예정이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의 기업가치(밸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증시 침체로 주춤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테마주 열풍을 타고 주가가 300% 이상 오른 ‘2차전지 대장주’들이 비교그룹으로 선정돼 실제 현금 창출력 대비 수혜를 입었다는 시각에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2차전지 양극재의 원료) 생산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상장하는 사례다. 이에 신고서 작성 당시 주관사단과 함께 피어그룹 선정에 고심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에코프로머티는 중국 2차전지 소재 기업 CNGR과 국내 상장사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4개 회사가 비교기업으로 선택됐다. 포스코퓨처엠과 코스모신소재는 연내 주가가 최대 372%, 393%씩 급증한 회사다. 이들이 기준이 되면서, 에코프로머티의 미래 밸류도 크게 뛴 셈이다. 

      산정 지표로 삼은 'EV/EBITDA' 방식도 에코프로머티의 밸류를 고평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시총 3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올해 상반기 연 환산 기준 EV/EBITDA는 124배에 달한다. 시총 4조8500억원의 코스모신소재도 EV/EBITDA 100배가 넘는다. 

      EV/EBITDA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몇 년 만에 기업가치를 상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현금성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인수합병(M&A)때 많이 사용한다. 

      EV/EBITDA를 활용한 이유로는 PER 사용시 에코프로머티가 원하는 가치를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코프로머티의 상반기 순이익은 90억여원으로 연환산 순이익 180억원 기준, 공모가 최상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80배가 된다. 

      에코프로머티 측은 "전구체 사업 영위와 EV 및 이차전지 등 전방산업의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비투자 집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설비 가동 초기 감가상각비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를 (수치적으로) 보정하기 위해 EV/EBITDA 지표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 중 대장주로 꼽히는 SKIET와 LG에너지솔루션을 뛰어넘는 멀티플도 고평가 논란의 불씨로 자리잡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반기 실적을 연환산해 구한 EV/EBITDA 멀티플 76배, 반기 직전 12개월을 기준으로 구한 71.1배를 각각 적용해 구한 평균치를 밸류로 제시했다. 2차전지 기업 중 가장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았던 2022년 당시 SKIET의 48.1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단군 이래 최대 IPO'로 불렸던 LG에너지솔루션이 적용받은 밸류 멀티플(51.4배)마저 뛰어넘는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업인 중국의 CATL과 국내 대기업 삼성SDI를 비교기업으로 삼아 멀티플 51배를 적용한 바 있다.

      한 운용사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조달 금액이 조 단위는 아니라서 공모 흥행이 실패할 것 같지는 않지만, 상반기 (증시) 수급을 모두 끌어올렸던 2차전지의 명성을 당장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