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조직문화 탓?…예측도 해소도 어려운 카카오 리스크
입력 2023.10.05 07:00
    취재노트
    M&A 통한 문어발식 확장이 발목 잡은 조직문화
    "김범수 창업자도 영향력 발휘가 어려운 구조"
    카카오 향한 '책임감' 요구…컨트롤타워 절실
    • '문어발' 조직문화 탓?…예측도 해소도 어려운 카카오 리스크 이미지 크게보기

      매년 새로운 주제로 잡음을 일으켜온 카카오가 올해는 포털사이트 여론 조작,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주가 시세조종, 가상화폐 부당이득, 법인카드 유용 등 다수의 혐의점에 직면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가 꾸준히 오너리스크에 노출되는 배경에 '문어발식 조직문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소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란 지적이다.

      "카카오에 유독 개인투자나 개인사업을 하는 MZ세대 직원들이 많아 보였다"(A 자문사 대표)

      "급격히 성장했고, 금융기업이 아닌 정보통신(IT)기업으로 시작한 조직이라 그런지, 내부통제 영역에 민감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B 운용사 컴플라이언스 임원)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해왔다. 방식은 주로 M&A였고, 카카오의 사업 확대 공식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불렸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해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얻고 카카오톡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전략이었다. 2020년 105개였던 국내 계열사는 2021년 138개까지 늘었다. 

      일부 계열사가 다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증시에 입성하며 카카오가 펼쳤던 확장 전략은 유효한 듯 보였다. 그러나 카카오 계열사의 줄상장에 지주사격인 카카오의 '지주사 할인'(모회사 디스카운트) 논란이 일며 카카오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

      문어발식 확장의 여파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하나의 큰 조직문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졌다. 카카오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기업의 구성원들이 기존의 문화를 고수하거나 카카오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인력들이 개인 중심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그간 발생한 기업윤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이슈 대응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중심을 잡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도 계열사 대표까지만 힘이 미치는 상황"이라며 "외인구단 모습으로 조직이 꾸려지다보니 강력한 조직문화가 없어 기업윤리 영역도 애매한 상황인 것으로 진단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C레벨 법인카드 유용' 사태도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3월 카카오 재무책임자가 1억원 이상의 게임 아이템을 법인카드로 구매하다가 적발되면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액이 카카오게임즈 매출로 잡혔고 아이템의 현금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시됐다.

      한 IT기업 출신 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카카오는 야근 식대 제한을 두지 않을 정도로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뭘 하든 상관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과거 카카오페이 임원진들이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적기에 매각한 것도, 눈치를 안 보는 분위기가 반영된 행동이었다고 본다. 금융권에서 봤을 땐 책임경영 관점 기준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이긴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카카오그룹 내 상장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카카오그룹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 비상 통신망과 다름없다'라고 언급하며 책임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감을 한 달여 앞두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에스엠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혐의로 김범수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한 달 만의 소식이다.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겠지만,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범수 센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재현 CIO는 법적 책임을 물 수도 있다'라는 말이 도는 중이다.

      지난 1년간 카카오가 받아든 성적표는 다음과 같다. 주가 24% 하락, 영업이익 41% 감소, 산적한 오너리스크 이슈. 물론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현 주가에 악재가 선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하지만 악재가 추가로 터질 때마다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최근 카카오의 포털 사이트인 다음이 여론조작 의혹에 휩싸이자 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3%가량 주가가 하락,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는 'CA협의체'라는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해당 기구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개인 중심적 조직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