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증자 급제동' 희생양(?) 후보로 떠오른 한영회계법인
입력 2023.10.05 07:00
    취재노트
    자금 절실한 CJ그룹 자금조달 계획에 제동, 책임론 부상
    법원 설득도 CJ㈜ 만류도 못해낸 EY한영
    인가 재신청 과정도 녹록지 않을 듯…"사태 대응 않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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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 CGV에 증자에 투입될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12만주 지분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

      법원이 EY한영회계법인(이하 한영회계법인)의 감정평가를 부정하며 'CJ CGV 구하기'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었다. 감정보고서를 작성한 한영회계법인의 평판에 금이 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영회계법인은 이 수치를 납득시킬만한 만한 논리를 감정평가서에 담지도, 그렇다고 CJ그룹을 설득해 단 번에 승인될 수치를 담아내지도 못했다.

      CJ CGV는 4444억원이란 수치에 대해 "한영회계법인의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도출된 수치이며, 이는 성장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감정보고서에는 "양수예정가액은 4444억원으로, 중요성의 관점에서 부적정하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기재돼 있다. 이는 절대가치 평가방법인 DCF와 상대가치 평가방법(Trading Multiple)을 종합해 나온 결과였다. 또 다른 외부평가기관인 하온회계법인의 산정액과의 평균값이긴 하나, 두 회계법인이 산출한 산정액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DCF와 상대가치 평가방법은 매번 논란이 적지 않았던 밸류에이션 방식이다. 특히 DCF는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근거로 삼는다. 자칫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까닭에 회계감사 과정에서도 DCF가 적용되는 경우 그 근거를 두고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이 꽤 까다롭게 이뤄지곤 했다. 과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가치를 장부가 대비 과도하게 높일 때 사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다.

      어쨌든 수치가 과다하다는 법원 판단이 그대로 유지되면 CJ CGV 증자는 또 한번 여러 비판에 시달려야 한다. 애시당초 상반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67억원 정도인 CJ㈜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지 않았다.

      사실 이번 증자는 CJ그룹 입장에서 절실하게 성공해야 할 작업이었다. 하지만 CJ그룹은 증자를 추진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과정을 겪어왔다. 주관사 선정 과정, 발행 주식 수 등에서 논란이 일었고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직후에도 투자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다행히 신용평가사들이 재무건전성 확보 노력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고, 이어진 CJ CGV의 상반기 실적 회복 발표에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CJ그룹 정통 재무라인 출신인 최정필 경영지원담당(경영리더)를 CJ CGV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배치한 효과가 나타나는 듯 보였다. 

      이제 증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영의 감정보고서가 불승인되면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모양새가 됐다.

      사실 대형 회계법인 입장에서 이번 작업은 일종의 '기회'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영은 그간 감사와 비감사 부문 분리 계획이 중도 철회되면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전략재무자문본부에선 인력 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등 난관을 겪고 있었다. 대형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는 '빅4 회계법인'이라는 평가가 맞느냐는 언급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타공인(自他共認) 난제였던 CJ CGV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 한영은 상황을 타개할 준수한 트랙레코드로 갖출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감정보고서를 더 철저하게 준비해 법원을 설득할 논리를 산출하든가, 그 과정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CJ CGV와 협의해 4444억원이란 수치를 미리 조정하든지 해서 어떻게든 성사를 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감정보고서 불승인으로 이 거래가 되레 한영에게는 독이 된 분위기다. 다른 평가기관인 하온회계법인과 공동책임을 논하기에는 '체급차이'가 너무 크다. 하온회계법인은 올 상반기 기준 회계사 인력수가 10명 수준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주구성이 단순해 주주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한영회계법인이 더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본다"라며 "이번 사태로 한영에게는 큰 평판 리스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운이 없었다. 

      이미 CJ그룹에서는 이번 CJ CGV 증자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어려움을 두고 내부적으로도 책임론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CJ CGV의 자금 조달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자본확충은 물론, 대외적으로 공표한 'NEXT CGV 전략' 추진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클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 1순위 후보로 감정평가서를 만든 한영회계법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J CGV는 한영회계법인과 추후 대응을 두고 협의 중이다. CJ CGV 측은 "소명할 내용 중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제출하겠지만 정히 방법이 없다면 가격을 다소 낮추는 안도 고민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법원에 인가를 다시 신청하는 데 수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롯데쇼핑의 시네마 사업 분할을 위한 영업권 현물출자금액에 대한 인가 신청에 대해 법원이 불인가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롯데쇼핑은 영업권 가치를 한 차례 낮췄지만 또 다시 불인가 판단이 났다. 롯데쇼핑은 현물출자 대신 물적분할을 통해 당초 계획을 실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한영회계법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외부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따로 답변할 사항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