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는 파업中…현대차 고용 리스크는 끝났을까
입력 2023.10.06 07:00
    취재노트
    현대차, 年 인건비 1조원 이상 지출 전망
    "美 비롯해 주요 국가 노조 요구 더욱 거세질 것"
    부담 현실화하지 않으려면 실적 상승세 이어져야
    패권 경쟁 심화 속, 전기차 전환도 늦춰지는데…
    줄이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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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금 협상을 마치고,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5년 연속 노사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은 1987년 현대차 노조창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와 사측의 표면적 갈등이 잦아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그만큼 사측의 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무시해선 안된다.

      현재로선 현대차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이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토요타(TOYOTA)의 영업이익을 넘었고,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벌어 들였다. 이에 기반해 현대차의 늘어나는 인건비가 삼성과 SK그룹과 비교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이 부담되지 않으려먼 늘어나는 비용 만큼 실적이 우상향해야한다.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 즉 현대차의 호실적을 이끈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소비 대기 ▲우호적인 환율 등의 효과가 사라지면 인건비가 과거보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단 의미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임직원들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한다. 내연기관에 비해 필요한 부품수가 줄어드는 만큼, 또 전기차 생산에 특화한 자동화 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임직원들의 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게 자명하다. 그러니 노조의 불안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가장 큰 완성차 시장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전미자동차노조(UAW)에 속한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조가 파업했다. 3사가 동시에 파업에 나선 것은 88년만에 처음이다. UAW측은 앞으로 4년간 최소 40% 임금 인상, 전기차 생산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일자리 감소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연봉 인상 제안액은 노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완성차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반도체 부족 상황이 해소하며 차량 구매 대기 수요가 크게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차량을 교체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여력도 줄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선 뚜렷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수십조원의 인프라 투자를 매년 감당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전기차 시장의 대표주자인 테슬라(TESLA)가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경쟁사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즉 전기차 판매를 통한 수익성은 과거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단 불안감이 감지된다.

      구조조정에 매우 민감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특성상 성장이 정체된다고 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해 약 10조원(지난해 연결기준 10조6670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대차는 이번 협상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고정비 지출이 추가한다. 아직까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현대차 노동자들이 UAW에 가입돼 있지 않지만, 추후 노조가입과 파업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의 현대차 상황을 '버티기'에 비유했다. 전기차 시대의 전환기, 내연기관 종식의 끝에서 인력의 자연감소 시기까지 비용 부담을 버텨내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그 때까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국의 전기차 전환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 영국은 내연기관 판매 시한을 2020년에서 2023년으로 연장했고, 유럽연합은 합성연료(E-fuel)를 사용하면 2035년 이후에도 내연차 판매를 가능하도록 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기차 시장 전환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이지만, 점차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이 빠르게 변화했고, 전세계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미래차 시장의 패권을 눈앞에 두고,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현대차에 점점 늦춰지는 탄소중립 시계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