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영화도, 무료 초콜릿도 '그만'…'칼바람 인사' 후 허리띠 조이는 이마트
입력 2023.10.10 07:00
    Weekly Invest
    최근 일렉트로맨 히어로 영화 제작사 청산
    스타벅스 리저브 '무료 초콜릿'도 중단해
    물갈이 인사 이후 본격 수익성 집중 모습
    이명희 회장發 '사업 구조조정'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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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마트가 지난달 그룹 차원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활용한 히어로 영화 제작을 위해 설립한 회사를 청산하고, 스타벅스는 고급 라인인 ‘리저브 커피’ 고객에게 나눠주는 무료 초콜릿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가 시너지가 불분명한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의 수익성 개선 노력을 통해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근 신세계에 따르면 특수목적회사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는 지난달 22일 사원총회를 열고 청산 절차를 밟았다. 해당 회사는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정용진 부회장 주도로 2018년 7월 설립된 회사다. 당초 2020년쯤 영화 개봉이 완료되면 청산할 계획이었지만 마땅한 성과 없이 5년여만에 문을 닫게 됐다.

      이마트 계열사인 스타벅스는 이달 2일부터 리저브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제공하던 초콜릿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리저브 음료는 스타벅스의 고급형 커피 라인으로, 서비스 일환으로 스타벅스는 음료 주문 고객에게 디저트로 바크 초콜릿을 제공해왔다. 

      스타벅스 측은 리저브 브랜드 재정립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애고 품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를 축소해 비용을 줄여 실적 개선을 도모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서머캐리백 사태’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올해도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8%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을 향한 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스타벅스 초콜릿 서비스의 경우, 리저브 매장 수(77개)가 전체 매장(1850)개 중 일부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으로 보기에는 확대 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지난달 신세계가 그룹 창사 이래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터라 일련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신세계는 계열사 대표 9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면서 강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이번 인사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그룹 내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세계가 그룹 내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던’ 사업들에 대한 정리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렉트로맨 영화 사업의 경우도 정용진 부회장의 애착이 핵심이었다. 정 부회장은 일렉트로맨 법인을 세운 해인 2018년 신년사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고객과 공감하는 강력한 무기"라며 콘텐츠 개발을 주문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일렉트로맨 외에도 정 부회장을 모티브로 한 '제이릴라'와 '원둥이' 등 캐릭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신세계건설과 신세계푸드 등이 정 부회장의 관심사가 반영된 골프웨어 사업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건설은 골프웨어 사업 관련 'YOUNG JOYFUL CLUB'이라는 상표를 출원했고 골프웨어 브랜드 'YJC'(와이제이씨)제품은 신세계 그룹이 운영 중인 회원제 골프장 트리니티클럽에 매장을 내고 판매 중이다.

      특히 그룹의 핵심이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이마트는 사업 구조조정 전략에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마트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원(One)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대표직을 겸임한다. 증권가에서는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 설립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이익 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마트의 주가는 6일 기준 7만원으로, 올초 11만~12만원대였던 주가는 1년이 채 되지않은 시간 내에 약 40% 넘게 하락했다. 경쟁사 쿠팡의 무서운 성장,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출, 실적 악화 장기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다. 증권가에서도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국내 1위 유통사인 이마트의 시가 총액이 '1조원대'에 불과한 것도 이마트의 성장 동력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 시각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는 평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인사로 변화된 체제는 롯데쇼핑의 현 체제와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롯데는 롯데마트와 슈퍼부문을 강성현 대표가 겸임하면서 MD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롯데쇼핑 그로서리 부문의 바잉파워가 확대되며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며 “체제 변화로 이마트도 롯데쇼핑과 같은 통합 MD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통합 MD를 통해 GPM(매출 총 이익률)이 1%p만 개선되어도 약 2000억원의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