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청산 마라'...국감 앞둔 국회 요구에 금융권 '진땀'
입력 2023.10.11 07:00
    Weekly Invest
    2018년 대거 조성된 미국 오피스빌딩 투자 공모펀드
    미래에셋운용 등 손실 감안하고 빌딩 매각 결정하자
    개인 피해 우려한 국회서 증권사ㆍ운용사 책임 주장
    "대환대출용 펀드 출자해" 제안에…금융권은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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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상승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 투자한 해외 상업용부동산이 대거 손실 구간으로 진입하자,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조성한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피스 공실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펀드를 운용 중인 운용사들과 이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손실을 보더라도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인투자자 피해를 문제삼으며 펀드 만기 연장 및 리파이낸싱(재융자) 펀드 조성 등을 압박하고 있어, 진땀만 흘리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운용사들은 펀드 만기가 다가오며 미국 및 유럽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공모펀드 청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산가치가 최대 50% 이상 하락해 매각시 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향후 2~3년간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만기 연장 대신 손절매를 선택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애틀랜타 소재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이하 맵스11호)를 정리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빌딩 매입금액의 절반을 공모펀드로 모집했지만, 빌딩 감정평가 가격이 20% 가량 하락하면서 펀드 순자산가치 손실률도 4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배당수익률 감소와 오피스 임대 수요 감소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전망한 셈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맵스11호 대출 만기 전 자산 매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재택근무 확산과 연준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해외 오피스 빌딩의 자산재평가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지 금융사들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높다. 통상 해외 부동산 매입가의 절반 이상을 미국ㆍ유럽 등 현지 대출로 조달하는데, 현지 금융사들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대주단으로 처분 권한을 넘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조성된다. 부동산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싼 값에 매각하자'는 여론이 조성되는 배경이다. 

      다른 부동산 펀드 운용사 관계자도 "낮은 거래량, 높은 금리 등 환경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매각에 매우 나쁜 상황임에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만기 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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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운용사가 공모펀드를 정리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최종 확정된다. 소수의 자산가 및 기관 투자자로 구성된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의 출자자는 대부분 다수의 개인 투자자로 구성돼 손실 대상자가 더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2만7000여명, 투자금은 1조478억원으로 집계됐다. 

      3만명에 가까운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자, 윤창현 의원과 일부 야당 소속 의원 등 국회에선 국정감사에서 이를 문제삼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판매사인 증권사나 펀드 조성자인 운용사가 나서 대환 대출용 펀드를 조성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와 설계한 운용사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대출금액 전액 상환을 지원하는 리파이낸싱 펀드를 주도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 펀드를 활용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시간을 확보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출자 위기에 놓인 증권사와 운용사에서는 난처하다는 분위기다. 안 그래도 손실이 큰데, 자기 책임 투자의 원칙을 어기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금액까지 보전해줘야 하냐는 반발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당국이나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순 있지만, 국감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하니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눈앞의 안 좋은 상황만 지나가고 보자는 식의 주장은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