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법정관리 대유위니아그룹, 몽베르CC를 진작 팔았더라면…
입력 2023.10.11 07:00
    취재노트
    과거 인수 기업 연쇄부도, 그룹 위기감 확산
    위니아전자 등 매각 검토하지만 실효성 의문
    정작 알짜인 몽베르CC 매각은 시작도 못해
    알짜 자산 안고 가려다 무너졌던 사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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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유위니아그룹은 몇 해 전만 해도 떠오르는 신성 중 하나였다. 모태인 대유에이텍은 다스와 함께 국내 자동차시트 시장을 양분해 왔다. 이 안정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스마트저축은행(전 창업상호저축은행), 위니아(위니아만도), 위니아전자(동부대우전자)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2021년엔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했다. 대기업집단 진입도 머지 않은 듯했다.

      그랬던 대유그룹이 풍전등화의 위기다. 지난달 20일 위니아전자와 자회사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을 시작으로 같은 달 25일 대유플러스, 이달 4일 위니아까지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적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을 막지 못했다. 얽히고설킨 지배구조에 그룹 전체로 부실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부진과 경쟁력 저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 때 삼성, LG와 함께 3대 가전회사였던 위니아전자는 이리저리 주인이 바뀌며 제대로 된 경영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대우’ 브랜드를 떼면서 해외 존재감이 줄어든 것도 패착이다. 김치냉장고의 원조격인 위니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수년간 부진이 누적됐고 임금체불 논란까지 이어졌다.

      대유그룹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스마트저축은행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고, 올해는 위니아와 위니아전자를 매각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살폈다. 대유그룹은 지난달 위니아전자 멕시코 공장 매각 대금 및 이란 다야니그룹에서 받을 배당금 등으로 체불임금을 변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 공장 매각가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대유그룹의 가전 사업이 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위니아는 2021년 연결매출 1조원을 넘겼으나 이후 가파른 매출 감소세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위니아전자는 2017년 이후 적자고 작년엔 감사의견 거절로 재무제표도 공개되지 않았다. 매물 가치가 줄었는데 자금이 급한 쪽은 대유그룹이다. 원하는 매각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대유그룹엔 그보다 확실한 유동성 확보 카드가 있다. 2011년 동강홀딩스와 스마트홀딩스가 대유몽베르조합을 설립해 인수한 대유몽베르CC다.

      몽베르CC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36홀 규모의 대중제와 회원제가 결합된 골프장이다. 팬데믹 이후 골프 붐의 영향으로 작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대유그룹의 가장 성공한 M&A 중 하나로 꼽힌다. 골프 열기가 둔화하고 있다지만 명문 골프장은 여전히 인수 수요가 있다. 올해도 홀당 1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 거래들이 있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몽베르CC를 매각하기 위한 검토 작업이 이어졌다. 잠재 매각 가격은 2900억원으로 한 시중은행이 선순위 대출자로 나서고 복수의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중순위 지분출자금(Equity)을 대는 등 거래 구조도 마련됐다. 홀당 1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회원권 보증금을 비롯한 부채들을 정리하면 대유그룹이 수백억원의 현금을 쥘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의 계열사 부도나 임금 체불은 막을 수준이다.

      몽베르CC 매각은 아직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대유몽베르조합 지분에 대해 설정돼 있는 담보권을 해제하는 등 선행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인데, 그보다는 그룹 오너일가가 골프장을 매각하길 원치 않았던 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몽베르CC가 대외적으로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해왔던 터라 웬만한 가격으론 팔기 아까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녀인 한유진 씨가 몽베르CC 고문으로 있다.

      앞서의 자금 확보 계획들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대유그룹도 몽베르CC를 계속 안고 가기 어려울 수 있다. 둔화하는 골프 수요, 자금 급한 대유그룹의 사정이 더해지면 몽베르CC 몸값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는 바닥이다. 대유그룹으로선 이 위기가 더 퍼지기 전에 적극적인 수를 둘 필요성이 있다.

      과거에도 급격히 사세를 확장한 후 재무부담에 시달린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가장 덜 아픈 손가락부터 정리하고 알짜 사업은 미래를 위해 남겨두는 식의 자구 노력을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고, 곧 더 큰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시장이 원하는 자산은 결국 가장 늦게, 헐값으로, 타의에 의해 매물로 나온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