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스타트업 투자 늘린 현대차
이스라엘서 전장 기술 기회 옅본 LG전자 등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 진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에서 본격적으로 사업활동을 하는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지로도 불리는 이스라엘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상당히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진출 기업들의 큰 피해가 접수되진 않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향후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확전할 경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판매법인(Samsung Electronics Israel Ltd.; SEIL)과 R&D센터(Samsung Semiconductor Israel R&D Center, Ltd.; SIRC)를 운영중이다. 삼성그룹의 해외 스타트업 투자 법인인 삼성넥스트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법인(Samsung Bioepis IL LTD)이 있다.
스타트업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은 삼성그룹이 가장 주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지난 6월 이스라엘을 찾아 고객사 확보에 나섰고, 이재용 회장은 직전 추석 연휴기간 이스라엘을 출장지로 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이스라엘 기업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스마트폰 듀얼렌즈 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코어포토닉스(Corephotonics Ltd.)이다. 텔아비브대학교 교수진이 설립한 해당 기업은 삼성전자가 지분투자와 협업하고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으로, 2019년 삼성전자가 약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800억원)에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현재로선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현지 직원들은 총 10여명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인력의) 철수 계획은 없고 재택근무로만 전환한 상태다"고 현재 상황을 밝혔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15.8%)를 기록하고 있다. 기아(12.4%)가 2위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에 일부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단 전망도 있지만 피해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공장과 법인은 없고 판매를 전담하는 대리점만 있다. 대리점 역시 현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2017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Mobileye)를 방문한 이후 이스라엘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2017년엔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 센서 기술을 보유한 옵시스(Opsys), 2018년엔 차량용 반도체 개발회사 오토톡스(Autotalks),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알레그로(Allegro.ai), 드론 개발 업체 퍼셉토(Percepto), 2019년 이후엔 수소 연료를 개발하는 에이치투프로(H2PRO), AI를 통한 자동차 결함 검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유브이아이(Uveye) 스마트 글래스를 제조하는 가우지(Gauzy) 등에 투자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투자의 상당수는 현대차가 텔아비브에 개소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크래들 텔아비브(CRADLE Tel Aviv)를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201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17곳의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했다. 이스라엘은 현대차의 중요한 R&D 거점중 하나이기 때문에 충돌이 장기화하면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현재 이스라엘 판매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약 20명을 대상으로 귀국명령을 내린 상태다. LG전자 또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전장 기술 고도화를 추진중인데, 지난 2021년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벨럼(Cybellum) 경영권 인수가 대표적인 투자중 하나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에 무기지원을 시작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편에 설 것"이라며 대립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대규모 국책사업 네옴(NEOM)시티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재용 회장이 최근 직접 사업현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국내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대기업들의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