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정위·국회에 곤란해진 CJ
입력 2023.10.13 07:00
    취재노트
    법원 제동으로 CJ CGV 유상증자 차질…CJ,항고 나서
    올리브영 '갑질 의혹'에 국감 소환…ENM은 '더블소환'
    안팎으로 동시다발적 이슈에…"그룹 내부 조율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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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그룹 안팎으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CJ CGV는 법원의 불인가 결정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원대 자본 확충에 제동이 걸렸고, CJ올리브영은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CJ가 계열사 재무 부담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온 가운데, 국정감사에 계열사 대표가  ‘더블소환’ 되는 등 정치권의 눈초리도 곱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6월 CJ는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CJ CGV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12만주의 지분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해달라는 회계법인의 감정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가치가 과대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 CGV는 이달 3일 서울서부지법에 항고장을 제출하며 반박에 나섰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기업가치를 부풀려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시장과 주주들을 무시했다”는 시장의 낙인은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시장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구조에 대해서도 CJ가 현물출자를 택한 것이 보유 현금은 아끼는 동시에 CJ CGV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평이 많았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비상장사인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깜짝 발표’ 당시 기관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주주들을 물먹인 곳(?)이 CJ지주인지 CGV인지도 모르겠다”며 황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장의 눈초리에 더해 정치권의 시선도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이달 있는 국정감사에서 복수의 CJ 계열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기술 흡수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합병 의혹 및 거래상 지위 남용 의혹으로 정무위원회 증인 명단에 올랐다. 

      최근 공정위가 지난해 5월부터 올리브영을 조사해 왔고, 조사 과정에서 올리브영이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를 상대로 사실상 독점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보도에서는 올리브영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공정거래 위반행위가 인정되면 최대 58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CJ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7월에 쿠팡이 “CJ올리브영이 다른 유통 업체와 거래를 방해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CJ ENM은 국정감사에서 구창근 대표이사가 두 곳의 상임위원회 증인으로 서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대표로는 유일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프로듀스101’과 ‘아이돌학교’ 투표조작에 연루된 직원의 재입사 문제 등으로 구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경노동위훤회(환노위)도 해당 투표조작 PD 복직과 구 대표 취임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CJ ENM이 불려나가는 이슈를 보면,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상당 부분 지난 이슈들”이라며 “사전에 소명이 가능했다는 얘긴데, 결국 대표가 국감장에 서게 된 건 평소 정치권과 충분한 스킨십을 하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정위는 CJ그룹 계열사들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재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CJ지주회사와 CGV, CJ푸드빌 등에 기업집단감시국 소속 조사관 10여명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가 CJ그룹이 TRS 계약을 통해 계열사들에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팎으로 눈총을 받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 조율이 잘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나오는 분위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감 앞두고 국회에서 CJ를 여야에서 눈여겨 보는 이유가 기술된 ‘리스트’가 돌 정도였는데, 계열사 두 곳의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되고 CJ ENM 대표는 심지어 비슷한 이슈로 소환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대응이 잘 안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CJ그룹은 ‘미래 산업’이라고 불리는 먹거리가 부족해 ‘큰 이슈는 없지만’, 내수 위주의 산업들로 ‘내실은 탄탄’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최근 CJ CGV 자본확충 난항, CJ ENM의 대규모 해외 M&A로 인한 재무부담 등을 거치면서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최근 신용이슈가 가장 우려되는 그룹이 어디인가’ 질문에 단골로 꼽히는 그룹이 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이슈가 많았으니 ‘CJ가 어떤 수를 둘까’ 주목하고 있었는데, CGV 유상증자 등 내놓은 방안들이 아직까지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이니 일시적인 어려움을 어떻게든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만 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