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CB 문제로 국감 소환되자…'그럴 줄 알았다'는 증권사 RM들
입력 2023.10.16 07:00
    취재노트
    금감원 문제 삼은 메리츠증권IB 불건전 영업
    CB 발행 관행 전체로 격화…증권사 RM들 긴장
    "과한 성과주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부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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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윤수민 기자)

      ‘고금리 기업사냥꾼’, ‘어려운 기업들의 친구’, ‘메리츠가 메리츠했다’…

      악명 높은(?) 영업방식으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순이익 1위에 올랐던 메리츠증권. 부실기업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담보 비중을 높이고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왔던 메리츠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메리츠가 사모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금융(IB)부서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 사적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조소와 함께, ‘불똥 튀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부실기업에 메자닌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한 만큼 언젠간 사고가 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금융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CB 발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오는 17일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 주요 증인으로 소환될 계획이다. 금감원 검사를 통해 단순 직원 일탈 행위를 넘어, 회사 차원에서의 불건전 IB 영업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국이 주시하는 메리츠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CB 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 개인 자금 투자로 수십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까지 설립, SPC를 통해 취득한 대량의 CB로 수익률을 높였다. 이는 메리츠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회사 차원에서의 문제도 제기됐다. CB 발행사들에게 발행액 100%에 달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담보채권은 국채 또는 AA급 이상 채권들로만 구성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발행사의 특수관계자가 ‘최소자금으로 CB 전환차익을 얻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메리츠가 회사의 CB를 취득한 후 이를 기반으로 장외파생상품(TRS)을 만들어 낮은 가격과 담보로 거래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준 사실도 적발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무위가 벼르고 있는 부분도 후자다. 내부통제 이슈는 지렛대일 뿐, 진짜 문제는 메리츠가 CB•BW 등 메자닌으로 부실 기업들을 도우면서 고수익을 챙기고, 소액 주주들의 피해는 외면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우 의원은 최 부회장을 상대로 집중 질의를 펼칠 예정이다. 의원실 차원에서 조사하면서 밝혀진 추가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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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윤수민 기자)

      메자닌 투자는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저(低)신용등급의 코스닥 기업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조원이 넘는 상장사의 메자닌을 인수하면서, 투자금 대부분과 높은 인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으로 IB 부문 영업이익을 높여온 셈이다. 

      최근 3년 동안 메리츠증권은 KH필룩스ㆍ세종메디칼ㆍ이아이디 등 상장사 45곳의 메자닌을 인수해왔다. 이중 65%의 상장사가 결손기업이고, 거래정지까지 된 기업은 30%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이 거래정지 기업에 공급한 메자닌 투자만 7800억원 수준이다. 

      메리츠가 결손기업들에게 CB로 돈을 조달해주면서 신규사업 진출이나 운영자금이 아닌 우량 채권 인수에만 활용할 것을 요구한 탓에, 회사의 생산성 및 기업가치가 성장하지 못해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양산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증권가 RM들 사이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부실기업에 메자닌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한 만큼 언젠간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CB발행 업무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메리츠 직원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편법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메리츠-이화전기 사건’이 CB 전체의 문화로 비화되자, 업계에선 못마땅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의 과잉 성과주의 경쟁으로 인한 내부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부실 탓에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B를 발행하며 이에 상응하는 담보를 채권으로 잡은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상장사에게 강제한 것도 아니고 서로 동의한 부분이지 않느냐”면서 “(정부가) 메자닌 전체를 문제삼아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 언론에 이슈가 되면 영업할 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기업금융부 임원도 “메리츠가 제대로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밟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메리츠 특유의 성과지향적 문화 탓에 내부통제 감시가 타 대형사 대비 약한 것이 원인”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