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부동산 관심 '뚝'…자본시장서 외면받는 K-유통
입력 2023.10.19 07:00
    이마트·롯데하이마트 상장 이후 '최저가'
    채권 시장에서도 "유통채는 큰 기대 없다"
    롯데쇼핑·홈플러스 실적 반등 기대에도
    부정적 '유통업' 전망에 시장 부담 여전
    유동성 확보위해 결국 부동산 매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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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통사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 유통주는 연일 최저가 행진을 보이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평가가 혹독하다. 일부 유통사들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길어지는 실적 부진, 늘어난 재무부담, 온라인 투자부담 지속 등으로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정통 유통’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심스럽다. 유통사들이 부동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예전만큼 ‘유통 공룡’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달 들어 이마트의 주가는 상장 이래 연일 신저가 수준을 보였고 최근 들어선 7만원을 두고 횡보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도 이마트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고, 국내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도 3분기에 이마트 비중을 7.9%에서 6.87%로 줄였다.

      양대 유통주인 롯데쇼핑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롯데쇼핑은 PBR 0.21배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대형 유통주’로 이마트와 함께 증시에 데뷔한 롯데하이마트도 주가가 9000원대로 상장 12년 만에 최저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하이마트 모두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7배에 그치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조한 주가의 배경에는 계속되는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실적 부진으로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적자가 지속되는 쓱닷컴 및 지마켓 이커머스 부문은 ‘적자 축소’를 목표로 내걸고 수익성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수익성 중심’ 경영을 이어오며 증권가에선 올해 연결 기준 7년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분기별 실적이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가 부진한 가운데 매출 증가를 보여 의미 있는 반등이라는 평도 나온다. 홈플러스 온라인 부문은 최근 4년간 연평균 20%대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회계연도 기준 올해 상반기(3~8월) 매출은 전년 대비 12% 늘었다. 

      올해 상반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다 메리츠증권과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국내 금융사 및 IB업계에선 홈플러스의 높은 재무 부담과 ‘유통업’ 부담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인수금융 만기가 내년 10월로 다가오는만큼 재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부동산금융으로 풀어야 할지, 인수금융으로 풀어야 할지 고민이 이어지기도 했다. 부동산의 자산 가치는 충분하지만 본업의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꾸준히 하향세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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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시장에서도 유통채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지난 몇 년간 신용등급 하향 압박으로 크레딧 위기가 이어졌다. 물론 이들이 여전히 AA급 ‘우량채’에 속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재무상황 악화에 ‘안정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흔들리게 됐다. 이달 NICE신용평가는 산업리포트를 통해 "소매유통기업 전반의 영업수익성이 저하되고 온라인 대응을 위한 투자부담으로 재무부담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채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는 내수니 방어적 성격은 있지만, 특별하게 메리트가 없고 ‘그게 그것’이라 크게 관심없다”며 “할인점은 지지부진하고, 백화점도 이젠 주춤하고, 면세점이 올라와야 하는데 변동성이 크니 시장에서 유통사 실적 오르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사들도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이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쇼핑 CEO IR DAY' 행사를 열고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직접 ‘202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IR행사 외에 롯데그룹 부회장이 직접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비전을 설명한 것은 13년 만이다. 

      과거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사들은 부동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도 매장 리뉴얼 자금 등의 마련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마트는 비효율 자산으로 분류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매각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의 자회사이자 신세계그룹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리츠 설립 추진에 나서며 “이럴거면 왜 이마트 알짜 부동산들을 매각했나” 아쉬움의 평도 나온다. 이마트는 2021년 성수동 이마트 본사도 매각했는데 같은 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확보 등 대규모 M&A를 단행했다.

      롯데쇼핑도 9월 총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보유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비딩(경쟁입찰)이 아닌 롯데 측이 가격을 정해놓고 원매자를 찾는 거래구조로 이달 내 딜클로징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다만 낮아진 리테일(유통) 자산 매력도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비딩(경쟁입찰) 형식으로 하면 낮은 가격으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롯데 측이 가격을 아예 정해놓고 진행하려는 것 아니겠나”며 “롯데라 하면 시장에서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내놓은 매물들이 용도가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 딜 진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