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매각 입찰 두고 대한항공-LCC간 물밑 심리전
입력 2023.10.19 07:00|수정 2023.10.19 14:33
    대한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예비입찰 진행
    티웨이ㆍ에어프레미아ㆍ에어인천ㆍ이스타 참전
    의향서 제출했지만 진지한 원매자는 많지 않고
    대한항공도 '호랑이 새끼' 키울라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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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원매자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치열한 물밑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총 4곳의 LCC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황이지만, 속내는 전부 제각각이다. 이참에 대형항공사(FSC)의 화물사업 노하우를 들여다보겠다는 ‘실속파’부터, 내심 경쟁사의 인수를 바라는 회사까지 다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열쇠를 쥔 대한항공도 고민이 깊다. 합병을 성사시키려면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게 매각해야만 하는데, 자칫 잠재적 경쟁자를 만들어 ‘항공화물 1위 사업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항공화물 사업부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매각 자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및 에어인천 등 총 4곳의 LCC로부터 LOI를 받았으며, 제주항공은 막판까지 검토하다 제출하지 않았다. 

      LCC 4개사가 모두 진지하게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아직 대한항공이 재무 상태와 희망기업가치 등 매각 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지 않은 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온 것도 아닌 까닭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아시아나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화물 사업 노하우를 확인해보기 위해 LOI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항공사 최대주주는 “인수에 대한 욕심보다는 정보라도 받아보자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LOI마감 시한이 짧아 빨리 의향서를 제출해야 기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하는 LCC들도 ‘대한항공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느냐’를 중점에 두고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다. 원매자 입장에선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화물 사업부를 인수해야 하는데, 배임 논란에 맞닥뜨린 아시아나 이사회가 매각가격을 어디까지 용인해 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가격 협상을 앞두고, LCC들은 아시아나의 구형 화물기(B747)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시아나가 보유하고 있는 화물기 11대 중 B747과 B767 등은 1998년에 제조된 지 20년이 넘는 항공기다. LCC 일각에선 ‘퇴역 직전의 항공기를 제값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할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물밑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티웨이는 유럽 노선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을 각각 배분받고 취항할 수 있게 된다. 

      양사 모두 회사 재무 상황을 점검하며 인수 여력을 가늠해보는 중이다. 다만 수천억원의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내심 ‘차라리 경쟁사가 떠갔으면’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최근 대한항공이 5000억원 이상의 매각 대금을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양사의 신경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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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대한항공이 헐값 매각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합병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것인지, 즉 ‘대한항공의 진정성’이 LCC 최대주주인 사모펀드들의 최고 관심사다. 

      LCC들간 경쟁을 유도한 대한항공도 절대 우위에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혹여나 강력한 미래 경쟁자가 될 ‘호랑이 새끼’를 키우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의 지난해 기준 화물사업 총 매출은 약 3조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5조63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글로벌 국제선 화물에서 아시아나가 담당하는 화물 비중은 20%에 달한다. 

      아직까진 대한항공이 점유율 40%대를 유지하며 1위 사업자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아시아나의 화물을 넘겨주면 강력한 잠재적 경쟁사를 키우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EC는 합병 심사 과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항공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그러니 자칫 중소형 LCC를 대안으로 가져가면 합병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LCC 업계 상위권에게 아시아나의 경쟁력을 일부 떼어줘야 하게 되면 이 또한 부담거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큰 금액을 지르지 못하는 항공사도 있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항공사도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과 LCC들 서로 ‘진짜 패’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아시아나 화물 매각이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