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인수 철회한 하나금융, 고민 더 커진 비은행 강화
입력 2023.10.19 07:00
    실사 마무리 후 한달 고민 끝에 인수 철회
    임기 1년5개월 남은 함 회장 고민 커질 듯
    동양생명 인수전 시작도 안했지만
    KDB생명 무산으로 관심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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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금융이 결국 KDB생명 인수를 철회했다. 실사 작업이 마무리 된지 한달이 넘어가도록 의사 결정을 못 내리리다 결국 매각의사를 접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비금융 강화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되었다”라고 공식발표했다. 이미 실사 작업을 마무리하고 초안 작업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함 회장이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실사 작업에서 실무진 사이에서 의견이 반반 갈렸다”라며 “함 회장으로서도 인수 후 들어간 추가 자금 등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전에 발을 빼면서 비은행 강화 계획도 다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함 회장은 취임 이후 비은행 강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첫 3년 임기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은행 집중도는 더 커지고 있다. 상반기 하나금융 이익의 90%가 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그간 자본을 집중 투입한 주력 비은행계열사인 하나증권마저 업황 부진에 빠지며 은행 집중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함 회장의 절박함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KDB생명은 수차례 매각이 불발될 정도로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었다. 인수 후에도 최소 수천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수 부담이 큰 매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비구속적이긴 하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득하고, 실사 작업을 끝까지 진행한 것은 그만큼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B생명 인수 매력은 인수가 올해 내로 마무리 된다면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으로서도 임기 내에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매물로 평가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함 회장의 임기와 맞물려서 진행된 딜이란 평가가 많았다”라며 “그만큼 함 회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던 딜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국 인수 철회를 한 것은 그만큼 KDB생명 인수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거론된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67.5%(경과조치 적용전)으로 최소 건전성 기준인 100%에 못 미친다. 인수 후에도 상당한 수혈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인수가격의 몇배에 달하는 증자가 필요할 거란 예상이 적지 않다.

      하나금융은 이미 '배보다 배꼽' 상황을 경험했다. 2020년 더케이손해보험을 770억원에 인수한 이후 3000여억원을 추가로 수혈했지만, 적자 폭은 증가하고 있다. 비우량 회사를 인수했다가 쉽사리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KDB생명 인수에 섣불리 나서지 못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 건 무산으로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는 더욱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매물 인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만큼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ABL생명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그나마 인수 가능한 매물로는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동양생명 정도가 거론된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동양생명을 염두에 두고 스터디를 진행해왔다. 최대주주가 같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해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서 보험사 인수를 원한다는게 분명해진 만큼 동양생명의 가격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양생명은 시장에서 조단위 거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판국이다.

      사모펀드(PEF)가 인수해간 롯데카드나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둘 다 호가가 2조원이 넘어 인수 부담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가격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하나금융은 부실 중소형사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중대형사를 사야하는 상황임을 드러냈다”라며 “보험사 중에선 동양생명 정도가 남은 중대형 매물이란 점에서 인수 경쟁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