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마지막 관문 '주식매수청구권'…합병 여부 가를 핵심 요인은?
입력 2023.10.24 07:00
    셀트리온,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1조원 제시
    서정진 회장 "1조원 이상 나와도 무조건 관철"
    "국민연금 주식매수 청구하면 상당한 부담"
    국민연금 최대 1조6405억원 행사 가능
    과거에도 청구권 행사에 합병 무산된 사례도
    8월 합병 발표 이후, 양사 주가 '부진'
    美 FDA 짐펜트라 신약 승인은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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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셀트리온 3사의 합병을 처음 발표한 이후 3년 만이다. 

      아직 주식매수청구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이날 주주총회에서 '기권표'를 던진 점이 변수다. 서정진 회장은 주식매수청구 규모와 상관없이 합병안을 관철하겠단 입장이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가 잇따르면 회사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10시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 방식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법인 출범일은 오는 12월 28일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존 주주는 합병 신주 상장일인 내년 1월 12일 보유 주식 1주당 셀트리온 0.4492620주를 배정받는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1단계로 완료한 이후 6개월 이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다. 

      셀트리온 그룹은 지난 8월 IR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1조원으로 잡았다. 주식매수청구가 1조원을 넘어서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 한도가) 1조원이면 충분하다"며 "1조원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며, 1조원 이상 나왔을 때에 대한 대비책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2대 주주로 관심을 모았던 국민연금은 합병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사실상 양사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지분 7.4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모든 지분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셀트리온은 약 1조6405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이 모든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개인주주 지분율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각각 66.3%, 59.7%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반대에 나서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국민연금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율 각각 5.91%, 6.59%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양사의 합병이 무산됐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원을 초과했다. 양사가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 총 1조6299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외에도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2008년 말),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2009년 초)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대금으로 합병계약을 해지했다.

      주주를 붙잡기 위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양사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보다 낮다.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는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521원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지난 8월 18일 합병 추진이 발표된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를 넘긴 적이 없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여섯 차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 지난해엔 약 2535억원, 올해는 64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주가 부양의 효과적인 방안인 자사주 매입 또한 그동안 주가를 띄우는 데 한계를 보였다.

      서 회장이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1조원이 넘는 반대매수청구 규모와 상관없이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건 주주를 '붙잡기 위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합병 승인 이후 주총장에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 원이 넘으면 내가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 무조건 관철하겠다"며 "이로써 합병 불확실성은 없어진 것"이라 강조했다.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도 물론 존재한다.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점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출시 후 연 매출 6000억원 이상, 3년 내 매출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진출한 램시마, 유플라이마와 함께 미국 TNF-α 억제제 시장에서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돼 셀트리온의 미국내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2030년 전체 매출이 12조원이라면 이중 짐펜트라는 3조원 이상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에선 서 회장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고 있단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외부의 냉정한 시선은 과거 서정진 회장의 '공언(空言)'들 때문이기도 하다. 

      약 10년 전 서 회장은 "공매도에 질렸다. 회사 주식을 다 팔겠다"며 절대 번복하지 않겠단 의지를 밝혔지만,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코로나가 창궐할 당시 "임상 결과를 보면 4~5일이면 몸 안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다 사멸된다"며 마치 코로나 상황을 종식할 수 있을 것처럼 발언했고, 복귀 직후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성사된 게 없다.

      서 회장의 자신감과는 달리 주식을 팔려는 주주가 회사의 예측을 웃돈다면 회사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양사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66억원, 2097억원이다. 부족한 매수 대금은 금융회사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인 만큼 1조원 기준으로도 2237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설정 한도를 넘어선다면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