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너家 등판한 GS건설…양날의 검 잡은 허윤홍 사장
입력 2023.10.24 07:00
    11년 CEO 임병용 부회장 퇴진
    각종 사고에 비위행위까지…사실상 문책성 인사
    허창수 명예회장 장남, 허윤홍 사장 대표이사에 선임
    구원투수(?)…안전사고시 중대재해처벌법 직접 대상 될 수도
    GS그룹 후계구도, GS건설 CEO 성과 입증 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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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GS건설 대표이사에 결국 오너 일가가 등판했다. 11년간 GS건설을 이끌었던 임병용 부회장(대표이사)이 사실상 좌천됐고, 허장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허윤홍 미래혁신대표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 받는다. 창사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GS건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건설업계 최장수 CEO 중 하나였던 임 부회장의 퇴진, GS건설의 이번 원포인트 인사는 최근 GS건설의 사건·사고에 따른 문책성 인사에 가깝다는 평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벽면 파손(3월)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4월) ▲강남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주차장·단지 내 시설 등에서 침수·누수(7월) ▲경북 경산시 자이 사전점검 부실시공(10월) 등 건설사 신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가 수 차례 발생했다.

      최근엔 세무당국이 GS건설의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해외 사업 수수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베테랑 대표이사가 물러난 자리를 채우는 허윤홍 사장은 1979년생이다.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2019년 사장직에 올라 신사업 추진실장을 맡았고 해당 이력을 바탕으로 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

      GS건설은 사실 허창수 명예회장이 최대주주(8.3%)로, ㈜GS와는 지분관계가 없는 허 명예회장의 개인회사에 가깝다. 장남 허윤홍 사장의 CEO 등극은 예상된 시나리오였지만 그 시기가 다소 빨라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허윤홍 사장이 급작스레 CEO에 선임됐고, 이력 대부분이 신사업에 방점이 찍혀있는 점을 비쳐볼 때 주력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능력 검증이 필요하단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허윤홍 사장의 조기 등판은 개인적으로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불확실한 사업 환경 속에서 실적 부진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롯해 바닥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실추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는 기업 신용등급(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GS건설의 재무구조를 악화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한다. 한때 위기론이 거론된 롯데건설의 상황과도 다르다. 유사시 GS건설이 지분관계가 없는 ㈜GS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같은 배경으로 채권 시장에선 GS건설의 회사채를 외면하는 투자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자는 "대형 연기금 등이 수익자인 운용사들은 평판 리스크로 인해 GS건설의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건설부문 회사채는 경고(Warning)로 분류해 둔 상황인데, 최근 횡령을 비롯한 각종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GS건설 채권을) 더는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가는 10년 내 최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실적으로는 타개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제재 가능성을 비롯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요인이다.

      허윤홍 사장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일가로서 CEO에 선임된만큼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련의 사건의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GS건설에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는 점을 비쳐보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 중 하나이다.

      GS그룹은 현재 4세 경영인들의 경영 능력 검증이 한창이다.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장(1975년생),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1969년생), 허서홍 GS 부사장(1977년생)과 허윤홍 GS건설 신임 대표이사(1979년생) 등은 차기 GS그룹 후계 구도 물망에 오른 인사로 거론된다. 허준홍 사장의 ㈜GS지분율은 3.15%로 꾸준히 상승중이고, 허세홍 사장은 GS그룹의 주력 GS칼텍스에서 이력을 쌓으며 역시 지분율(2.4%)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허윤홍 사장의 ㈜GS 지분율은 0.5% 수준으로 비교적 미미한 수준인데, GS건설의 대표이사로서의 성과가 차기 후계구도 경쟁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