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서 완성하려던 김성수 콘텐츠 왕국, 여기서 멈추나
입력 2023.10.25 07:00
    Invest Column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콘텐츠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대표. 그의 숙원이었던 원소스멀티유즈(OSMU) '콘텐츠 왕국'도 멈추는 걸까.

      CJ E&M이 CJ오쇼핑과 합병, CJ ENM으로 출범하면서 김 대표는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19년 카카오M(현 카카오엔터)에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카카오엔터가 출범하면서 콘텐츠업계는 긴장했다. 김 대표가 그동안 보여줬던 능력 때문이다. 카카오엔터의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키우기 위해 '무슨 액션을 어떻게 취할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카카오엔터는 콘텐츠왕국을 꿈꿨다. 콘텐츠 스토리(IP)부터 작가, 감독, 배우를 모두 수급하고 제작 이후 플랫폼 유통까지 통합하는, 말 그대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 Multi-use)'가 목표점이었다. 최종적으로 OSMU가 되진 못했지만 CJ ENM은 훌륭한 사례다. 이 회사의 합병 스토리를 모두 지켜보고 진두지휘했던 김성수 대표는 당시로선 최선의, 아니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었을 테다. 김 대표도 OSMU를 꿈꿨다. 왕국을 건설한 적합한 인물이 대표 자리에 앉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카카오엔터는 '문어발 확장'으로 불리는 카카오그룹을 정확히 닮았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해외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영화 드라마 제작사, 연예 기획사 등 다양한 업체의 지분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카카오엔터의 자회사는 54개에 달한다. 이는 카카오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합병 카카오엔터의 성적표는 생각보다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엔 7년만에 영업적자를 냈다. "카카오엔터가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사 모으기만 하면 알아서 잘 되길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등 콘텐츠업계와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김성수 대표에 대해서도 박색한 평가가 많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이 업계에선 일을 잘 벌리는 것 자체가 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김 대표도 그런 측면에선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실"이라면서도 "김 대표가 카카오엔터에 가서는 CJ E&M 때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인만큼 투자자 유치가 중요한데 카카오엔터는 언제부터인가 콘텐츠 자체보단 투자 유치가 더 주목을 받고 같은 이유로 그룹 투자 부문 경영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과거처럼 김 대표가 역량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카카오엔터가 할 수 있는 건 불필요한 사업과 지분을 정리하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생각처럼 콘텐츠시장의 'A to Z'를 모두 한다는 건 불가능했고,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역시 '스타'가 필요하고 '스타'를 확보하려면 '스타'가 소속돼 있는 굴지의 엔터 기업을 인수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이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이브와의 SM엔터 인수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이게 카카오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는 최악의 결과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불러 마라톤 밤샘 조사를 벌인 데 이어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를 또 한 번 소환했다. 김 대표가 이 사안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평판에 큰 금이 간 만큼 회사의 상장은 오리무중이 됐다.

      SM엔터를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왕국이 계속 건설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부터 그 왕국은 신기루라고 했던 이들도 많다. IP로 드라마, 영화를 만들고 유통까지 한다는 건 콘텐츠업계 모두가 꿈꾸는 산업 구조이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고 아직 이렇게 하는 곳도 전 세계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쩐(錢)의 전쟁'이 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각자 제일 잘하는 플레이어들끼리 손을 잡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카카오 스타일의, 또 김성수 스타일의 왕국을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