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식 압박' 조여가는 금감원…탈출구 마땅찮은 카카오
입력 2023.10.25 12:00
    금감원, '검찰 스타일' 수사 전형 보여
    김범수 밤샘 조사 후 경영진도 재소환
    의지 강한 이복현…김범수 영장 신청?
    "이번주 사건 검찰 송치" 수사 급물살
    길어질 법적 공방…"투자·신사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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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당국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향해 칼날을 빼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금감원이 전형적인 '검찰식 압박수사'를 이어가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감원이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공식 시사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김범수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24일 금감원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전날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센터장을 불러 15시간 조사를 마쳤다. 김 센터장에 대한 마라톤 조사 이후에도 금감원은 24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다시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 측은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오전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이후 "최근 문제된 건에 대해서는 법인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마 이번 주 내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될 때 그런 것(법인 처벌 여부 등)들을 포함해 저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에도 이 원장은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수사에 대해 "실체 규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가능한 높은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에도 금감원장이 수사 중인 특정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었다. 

      이번 금감원의 카카오 관련 수사는 전형적인 ‘검찰 수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현재 단계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거쳐 누군가 구속이 되면 그 진술을 토대로 다음 영장을 발부하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누구라도 구속되면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고, 릴레이 피의자 심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가 정해진 방향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카카오 측 인사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취지의 진술이 이뤄진다면 논리 대응에 허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카카오가 금감원의 강도 높은 압박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한명이 구속되면 진술을 토대로 다음 스텝을 밟는 식인데, 지금까지 금감원이 해 온 스타일이 아니고 이복현 원장 취임 후 보이는 전형적인 ‘검찰 스타일’ 조이기”라며 “금감원이 검찰에 영장 청구를 신청하고 검찰에서 진행이 돼야 하니 이미 당국 차원에서 설정한 자체 타임라인이 있을 것이고 칼을 빼든 이상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범수 센터장에 영장이 청구되지 않으면 이미 정해놓고 가는 금감원의 그림이 초반부터 잘못되고 ‘완패’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 어떻게든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지난 8월엔 김범수 센터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엔 SM엔터 인수전을 총괄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를 포함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이어 이달 배재현 CIO,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9일 배 대표가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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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수사의 초점은 김범수 센터장의 ‘시세조종 관여’ 여부다. 카카오는 지난 2월 하이브와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들여 SM엔터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시세조정을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 측에서 명확한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고, 이와 관련한 보고 후 승인 및 결재가 김 센터장 선에서 이뤄졌단 것이 명백히 인정되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금감원 특사경은 김 센터장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조사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8월 김 센터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실무진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낸 내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센터장뿐 아니라 배 CIO나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10% 초과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로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할 때도 ‘새 대주주’적격 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금감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대법원의 확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5년, 길게는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법리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법이 인정되려면 “특정 가격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지 않도록 시장 가격을 조정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켰다”는 점이 입증이 돼야 한다. 즉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고, 그 행위로  ‘시세고정’의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 발생에 시장은 일단 숨죽인 분위기다.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진정되면 주가는 빠르게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공적으로 카카오가 사업에 제약을 받는 부분은 없겠지만, 신사업 인허가 등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카카오 같은 포털 및 플랫폼은 정부의 규제에 따라서 사업의 진행 여부가 달라지니 사업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사법리스크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상장 시기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도 매우 당황스러운 분위기라 다들 지켜만 보고 있다”며 “사법 이슈에 실적도 좋지 않다 보니 기관들의 카카오 그룹과 관련된 신규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