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덕 D램 흑자전환한 SK하이닉스…"내년 물량 이미 매진, 추가 설비 투자 가속화"
입력 2023.10.26 14:03
    3사 중 가장 먼저 D램 '흑자'…HBM發 ASP 개선 지속
    컨센 밑도는 실적에도 투자자 시선은 HBM 경쟁력에
    비메모리 같은 "수주형 산업"…내후년 협력도 논의中
    낸드는 보수적으로…키옥시아·WD 합병은 "동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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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3분기 D램 공급사 중 가장 먼저 흑자를 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호조로 평균판매단가(ASP)를 빠르게 개선한 덕이다. 고객사 수요가 몰리며 이미 내년치 주문을 화복한 터라 D램 부문은 점점 비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수주형으로 변하고 있어 2025년까진 경쟁우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익성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는 낸드 부문에선 고민이 이어지지만 내년 설비투자는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늘린다는 계획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에 대해선 투자자로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구체적 내용은 말을 아꼈다. 

      26일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매출액이 9조661억원, 영업적자가 1조791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자비용 3400억원 외 환율 인상으로 인한 외환손실 1600억원 등 영업외손실이 6800억원 발생해 당기순손실은 2조184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에 비해 적자 축소가 더뎠지만 D램 부문은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달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가장 골치인 낸드 산업에선 지난 연말부터 업계 전반이 감산에 나선 효과가 나타나며 고객사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응용처 전반 DDR5 채용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서버 시장의 강력한 HBM3 수요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의 3분기 D램 빗그로쓰(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는 지난 분기보다 20% 이상 늘어 회사 전망치는 물론 시장 평균치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ASP 역시 10% 이상 올랐는데 D램 3사 중 가장 빠른 개선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DDR5 판매 확대로 10% 이상 빗그로쓰를 전망하고 있다. 

      투자가들의 질문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개화로 인한 HBM 및 메모리 반도체 시장 영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는 ▲HBM 시장의 수익 구조와 고객사 수주 경쟁 및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내년 CAPEX 계획, ▲HBM 제품의 유통 및 수익 구조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날 SK하이닉스의 답변을 종합하면 'HBM 시장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보단 비메모리 반도체에 가깝다'로 요약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3e 시장 리더십에 대해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HBM3뿐 아니라 내년 공급 예정인 HBM3e 생산능력(CAPA)까지 이미 '솔드아웃'됐다"라며 "고객 및 시장 피드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3e 공급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추가 수요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2025년으로 확대해 고객사와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HBM 시장은 서버 학습용 가속기(GPU)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공식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HBM3 단일 공급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이후 시장에선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 HBM3e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늘었는데, 차세대 제품까진 SK하이닉스의 선점 효과가 계속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기존 D램의 경우 낸드와 마찬가지로 상품(Commodity) 성격이 강해 각 공급사가 추정한 시장 수요에 맞춰 증설, 양산한 뒤 시가로 판매해 왔다. 그러나 AI 반도체용 HBM 들어 고객사 주문에 맞춰 양산·공급한 이력이 꾸준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황에 따른 가격 변동이나 재고·가동률 우려 없이 핵심 고객을 선점한 공급사가 해자를 구축하는 수주형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 투자 전략에서도 이 같은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중이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비를 작년 절반 수준으로 줄였는데, 내년에는 HBM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증설보단 1b나노 및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전환을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장이 가파른 HBM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한 포석이란 평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엔비디아 H100 등 가속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TSMC가 CoWoS 패키징 공정을 확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HBM 공급 대응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요를 놓치면 경쟁사로 낙숫물이 흘러가고, 공급 이력에서 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램보다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낸드 부문에선 SK하이닉스도 보수적 입장을 내놨다. 시장 수요가 회복할 때까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하되 4분기 빗그로쓰는 1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일부 완화했지만 중국 대련 팹(Fab) 활용 방안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고, 솔리다임은 비용 통제 등 비효율 해소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추진과 관련해선 투자한 자산 가치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동의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합병 반대와 관련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비밀유지 계약 문제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