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뒤 멀티플 맞추기 게임"…LG엔솔發 폭락에 벌써부터 구름낀 SK온 IPO
입력 2023.10.30 07:00
    LG엔솔 주가 조정 지속 시 SK온 IPO 전망도 불투명
    공모가 산출 시 '핵심' 비교기업 가치 빠지는 상황
    '3조' 투자자 회수 보장 책임진 SK이노 부담은 가중
    SK이노 주가 코로나 시점 회귀…배터리 가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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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폭락하며 수년 뒤 예정된 SK온 기업공개(IPO) 전망도 흐려지고 있다. SK온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려면 1위 사업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가 높은 기업 가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수 보장 요건을 쥔 투자자들보다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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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LG엔솔 주가는 장중 39만5000원까지 빠진 뒤 전일보다 2.44% 하락한 39만9500원에 마감했다. 작년 11월 62만9000원 고점과 비교하면 약 37%가량 주가가 빠졌다. LG엔솔이 내년 전방 전기차 시장 및 2차전지 사업에 대해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놓자 주가가 내리 이틀 미끄럼을 타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및 경기 둔화 등 거시경제 변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LG엔솔을 시작으로 국내 2차전지 산업의 가치가 조정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올 들어 LG엔솔은 물론 국내 2차전지 상장사 전반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등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았기 때문이다. 상반기부터 국내 2차전지 기업 평균 주가순익비율(PER)은 30배를 넘겨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국내 2차전지 상장사 조정은 SK온과 같은 비상장사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IPO 시점 기업 가치 전망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SK온은 작년 하반기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이후 올 들어 MBK컨소시엄까지 국내외 다수 투자자로부터 약 2조8000억원을 유치했다. 4~6년 이내 내부수익률(IRR) 기준 7.5% 이상 가치로 상장한다는 조건(Q-IPO)을 달았다.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당시 기업 가치가 약 22조원으로 평가된 것을 감안하면 수년 뒤 공모 시장에서 약 35조원 수준 평가를 이끌어내야 한다. 

      적격상장 요건을 맞추자면 LG엔솔 기업 가치가 공모 시점까지 버텨줘야 하는데 이번 조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전망하기 어렵단 시각이 적지 않다. LG엔솔이 '내년 성장이 올해만 못할 것'이라 전망하긴 했으나 수주 및 증설 일정에 맞춰 실적은 매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빠지거나 제자리에 멈춰 있기만 해도 기업가치 배수(멀티플)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며 적어도 지금까지의 장기 전망보다는 기준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LG엔솔은 지난해 상장 당시 중국 CATL과 삼성SDI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해 상각전영업익 대비 51.4배 높은 기업가치로 공모가를 산출했다. 당시 CATL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배터리 셀 기업이었던 덕이 큰데, 현재는 LG엔솔이 바통을 물려받았다. SK온 IPO를 뒷받침할 핵심 비교기업 가치가 빠지는 셈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SK온 프리 IPO를 두고 시장에선 수년 뒤 멀티플을 맞출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는데, 결국 LG엔솔이나 삼성SDI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해야 하는 만큼 이들이 사실상 지표로 통했다"라며 "프리 IPO 투자자들은 최소 40조원 이상을 목표 가치로 보고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시장에선 SK온의 상장 시점 기업 가치나 공모 규모에 대해 점점 눈높이를 낮추는 중"이라고 말했다.

      IPO가 힘들어질 경우 투자자 회수 보장 책임을 진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부담도 커진다. 투자자들이 SK온 IPO 실패 책임을 바로 물을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풋옵션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모회사가 하방을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프리 IPO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SK스퀘어 등 비슷한 처지의 그룹 계열사도 올 들어 포트폴리오 기업 투자자 회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SK온의 자금 사정이 급할 때 투자하며 아주 안정적인 조건을 챙길 수 있었다"면서도 "2차전지 시장이 주춤하면 몇 년 뒤 SK그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5.67%, 이날 6.24% 떨어지며 LG엔솔보다 더 가파르게 폭락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브이(V) 자 반등과 당시 LG화학 배터리 부문(현 LG엔솔) 흑자전환 시점 사이 가치로 돌아간 셈이다. 시가총액은 약 12조5500억원으로 프리 IPO 이후 SK온 몸값의 반토막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본업인 정유·석유화학 가치를 빼면 사실상 자회사 가치가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 상태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