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고점 발행 CB 베팅한 PEF…주가는 이미 최저 조정가액에 근접
입력 2023.10.31 08:05|수정 2023.10.31 09:36
    '27만5000원보다 더 갈 것'…주가 상승 베팅한 PEF
    현 주가 21만2000원…최저 조정가액에도 못 미쳐
    내년 7월 전환청구…판가·마진·멀티플은 '하락세'
    밸류체인 최앞단 전기차 시장은 美 대선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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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불과 5개월 전 58만40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21만원 초반까지 빠지면서, 7월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최저 조정가액에 근접했다. 주가 상승에 베팅한 CB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단 분석이 나온다.

      30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1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 산업이 전방 시장 불안감이 커지며 일제 조정을 받고 있는데 에코프로비엠도 예외가 아닌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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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가 하락하며 에코프로비엠 CB 투자자들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월 에코프로비엠은 표면 이자율 0%, 만기 이자율 2%(연복리) 조건으로 44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주당 전환가는 27만5000원, 주가 하락에 대비한 최저 조정가액은 최초가 75% 수준인 20만6250원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거 CB에 투자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2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했고, IMM인베스트먼트(55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450억원), SKS PE(300억원) 등이 인수단에 참여했다.

      시장에선 이들이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CB 발행 시점보다 올라갈 것이라 내다본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동종 업계 상장사들이 무이자 메자닌을 발행한 전례가 없지 않지만 눈높이는 대체로 만기 이자율 5% 선에 형성된 탓이다. 에코프로비엠 CB 만기 이자율은 은행 예금은 물론 기준금리보다도 낮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최저 조정가액에 근접한 만큼 CB 투자자들은 회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까지 조정이 길어질 경우 전환가액을 최저 20만6250원까지 낮춰 더 많은 신주를 확보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주식 매각 시점에 주가가 올라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2028년까지 만기 보유해도 수익률은 10% 선에 그쳐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 입장에선 최저 조정가액까지 내려가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전환가액에 따라 주식을 발행할 경우 160만주가 발행되며, 이는 에코프로비엠 주식 총수 대비 1.64%다. 최저 조정가액으로 전환하더라도 신주 발행 부담은 약 53만주 늘어나는 데 그친다. 모회사 지배력이나 기발행 보통주 가치가 희석될 우려는 제한적이다.

      CB는 내년 7월부터 전환 청구가 가능하지만, 국내 2차전지 상장사 가치 조정이 언제까지 길어질지 알기 어렵다.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판가 부진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차전지 상장사 가치를 뒷받침하던 판가와 멀티플(거래배수)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전방 고객사 수익성 부담으로 인한 마진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CB 발행 시점의 가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판가는 지속 하락세다. 4월 초 톤당 4만2000달러를 넘어섰던 니켈 가격은 9월 초 반토막 수준인 2만4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니켈 등 메탈 가격은 일반적으로 양극재 가격과 연동된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지난 25일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 초까지 판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메탈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판가에 계속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판가가 하락하면서 마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기존 18만톤에서 71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 고객사인 SK온과 삼성SDI에서의 수주 확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평이 많지만, 판가 하락에 따른 마진 축소로 설비투자비가 부담으로 돌아올거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460억원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 11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에 증권가에서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줄하향하기도 했다.

      30배 이상으로 책정된 국내 2차전지 기업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약 2배까지 치솟은 국내 2차전지주의 PER 기준 멀티플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더라도 주가가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멀티플은 하락하게 된다.

      2차전지 밸류체인의 최앞단에 있는 전기차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둔화하면서 소강 국면을 맞았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과 보조금에 민감한 전기차 시장의 특성상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금리도, 실적도 아닌 내년 미국 대선"이라며 "현재 보조금을 약속했던 바이든 정부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IRA 정책이 변동되거나 심할 경우 전면 무효화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 공장을 증설한 우리 기업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