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어영부영 하는 사이...'작전세력 놀이터' 된 제주은행
입력 2023.11.02 07:00
    Invest Column
    급등락 반복 제주은행, 7월 이어 최근 또 '뜬금 상한가'
    끝 없는 인터넷은행 전환설...작은 수급에도 민감 반응
    사외이사 설득하고 영업망 폐쇄해야...'비현실적' 결론
    "지역 특화 은행으로 잘 경영했으면 소문도 없었을 것"
    • 신한금융이 어영부영 하는 사이...'작전세력 놀이터' 된 제주은행 이미지 크게보기

      제주은행 주가는 지난 19일 뜬금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1.9% 급락하며 2400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국거래소는 '특이 사항이 있느냐'고 제주은행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제주은행은 '특이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구조 개편 가능성과 맞물려 또 다시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소문은 지난해 말에도, 올해 2월에도, 4월에도, 7월에도 돌았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제주은행 주가는 폭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제주은행 주가는 지난 4월 장중 2만7850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후 60% 폭락했다. 

      주가 급락 피해는 고스란히 따라 들어간 개인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제주은행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의 72%가 손실 상태다.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8.7%로 나타났다.

      제주은행 주가 급변동의 배경으로는 유통주식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재일교포 주주들도 10% 안쪽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주식 비중이 크지 않아 작은 수급 변동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는 분석이다.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설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제주은행 라이선스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지역은행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수성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진단이었다. 제주은행의 총자산은 약 7조원으로 5위권 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 신한금융이 어영부영 하는 사이...'작전세력 놀이터' 된 제주은행 이미지 크게보기

      인터넷은행 전환은 현 시점에서 무리라는 게 당시의 결론이었다. 제주은행이 인터넷은행이 되기 위해선 지점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 현행 법규상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이 원칙상 금지되는 까닭이다. 제주은행은 현재 31개 영업망을 보유 중이다. 이 중 제주도 내에만 24개 지점과 5개 출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 '지역기반 은행'이라는 제주은행의 정체성은 버려야 한다. 제주도 지방정부 및 도민들의 반발도 극심할 전망이다. 당장 2021년 제주은행이 제주도 내 2곳의 영업점을 축소할 때에도 지역사회의 저항이 적지 않았다.

      현 지배구조상 이 같은 정책이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주은행의 사외이사 4명중 3명이 제주대학교 현직 교수다. 이들은 제주도 출신이거나 제주도에 연고를 둔 인물들로, 제주은행이 제주도 기반 지역은행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는 데 찬성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주은행에서 지역은행의 정체성을 빼려면 사외이사부터 교체해야 하는데, 사외이사 전원이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라 이 작업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전환시 제 3자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최소 2대 주주 이상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이 경우 제주은행 창업에 기여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은행이 소문에 취약한 건 작은 덩치로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사들여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보유하는 것도 어려운 선택지란 지적이 많다.

      제주은행은 1997년 부실화되며 생존을 위해 650억원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제주도민들은 '도민주 갖기 운동'을 벌여 이 중 수백억원의 조달을 책임졌다. 제주은행원들은 퇴직금을 조기정산해 증자에 참여했고, 제주은행과 거래하던 일반 주민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그러나 1999년 제주은행은 결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기존 주식을 감자한 후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감자 비율을 고려하면, '도민주 갖기 운동'으로 100만원을 투입한 주민은 감자 과정에서 93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계산된다. 신한금융에 매각돼 정상화한 이후에도 제주은행은 2004년, 2013년 등 수 차례에 걸쳐 유통주식수 부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 때에도 우리사주조합과 지역유지 등 도민들이 힘을 보태 유통주식 수 및 소액주주 비율을 늘렸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의 기여를 감안해 제주은행 잔여지분을 비싸게 쳐서 매입하면 수익성 낮은 은행을 왜 비싸게 사냐며 다른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고, 현 시가와 비슷하게 매입하면 지역민 등 현 주주들이 그간의 공로를 무시한다며 반발할 수 있다"며 "신한금융 입장에선 상장사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게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렇게 제주은행이 '애매한 상장사'로 남아있는 사이, 인터넷은행 전환설이라는 뜬 소문이 주기적으로 돌며 주가를 부풀렸다 급락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과 제주은행은 수시로 이를 전면 부정하는 공시를 내고 있지만, 그리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는 "제주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한계에 달했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할 거란 인식이 '인터넷은행 전환설'을 끊임없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달리 말해 신한금융이 제주은행을 특화 지역은행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면, 뜬소문에 주가가 출렁일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