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M&A 단행한 아모레퍼시픽…중국 줄이고 '북미 집중' 가속화
입력 2023.11.01 16:08
    코스알엑스 총 9300억 들여 자회사 편입
    해외 비중 90% 이상…그 중 북미가 절반
    작년 북미 브랜드에 1600억 투자하기도
    아모레·LG생건,'제2의 중국' 북미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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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창립 이래 최대 M&A(인수합병)를 단행했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미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인수로 글로벌 지역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표 뷰티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목표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의 최대주주 전상훈 대표 외 2인이 보유한 지분 56.7%를 7551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코스알엑스에 1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8.4%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로, 2002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해온 전상훈 대표가 2013년 설립했다. 2022년 말 기준 최대주주인 전상훈 대표가 지분 49.92%를 보유하고 있고, 전 대표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재임씨와 전민호씨가 각각 6.88%, 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AHC(법인명 카버코리아), 3CE(난다), 닥터자르트(해브앤비) 이후 국내에서 오랜만에 나온 대형 코스메틱 M&A다. 2021년 투자를 합하면 전 대표 일가는 총 9351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셈이다. 현 경영진이 향후 2년 간 독립 경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최대 M&A 나선 데에는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한때 '황제주'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실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과 면세 매출 하락으로 실적은 감소했고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경영진을 포함해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 개편과 동시에 내부적인 투자 기조 변화도 나타났다. 회사는 앞서 몇 년 동안 소액 스타트업 투자 혹은 펀드 출자 정도의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빅 딜’ 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고 대형 M&A 검토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0월 코스알엑스에 1800억원을 투자했는데 그 때도 단일 투자 건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확보하면서 추후 지분 인수도 점쳐진 바다. 이때 설정했던 평가액 상한선 덕에 이번 추가 투자에서 시장가 대비 할인된 밸류에이션에 잔여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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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는 M&A로 아모레퍼시픽이 실적 개선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가 지분 인수로 코스알엑스는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코스알엑스는 최근 3년간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33억원, 227억원이고, 2022년에는 각각 2044억원, 5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902억원의 매출과 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보였으나, 코스알엑스 인수 소식에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33억원과 288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대비 5.7%, 12.7%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알엑스의 연결 편입으로 비중국으로의 지역 다변화 및 기능성 스킨 케어로의 제품 포트폴리오 보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M&A가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과제인 ‘중국 의존도 낮추기’ 전략과도 통한다는 평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 내 중국 매출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올해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에서 아시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중국 중심 영업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140여 개 국가에 진출했고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역별 매출에서 북미가 48%를 차지하고, 동남아시아(17%), 아시아(13%), 국내(10%), 유럽(9%), 기타(3%) 지역이 뒤를 따른다. 회사는 초기부터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입점 전략을 펼쳤다.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들이 중국에 집중했을 때 북미권을 공략해 왔다. 2021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개발한 제품들을 국내와 해외에서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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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겨냥 전략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M&A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회사는 2022년 미국의 클린 뷰티 브랜드인 ‘타타 하퍼’의 운영사 ‘타타스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을 1681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 발 앞서 북미 투자를 이어 온 LG생활건강과의 글로벌 확장 경쟁도 주목된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악화를 기점으로 북미를 겨냥한 M&A를 이어왔다. 2019년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 에이본(The Avon)’의 지분 100%을 1억2500만달러(1450억원)에 사들였고, 2020년 1912억원에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2021년엔 1164억원에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Boinca)’ 지분 56%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미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 ‘더 크렘샵’(The Creme Shop) 지분 65%를 1525억원에 샀다. 지난 몇 년간 약 6000억원을 북미에 쏟은 셈인데, 아직 쏠쏠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M&A 강자’의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비중국’ 중심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9월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Hince)’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힌스 매출액은 218억원으로 국내 50%, 해외 50% 비중을 보인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일본이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은 허재석 비바웨이브 대표가 보유한 나머지 25% 지분도 2026년 이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부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북미권에서 확장을 꾀하다 보니 M&A도 글로벌향 중심으로 하는 모습"이라며 "과연 북미가 과거 중국만큼의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가 북미와 유럽 현지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있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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