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 후 최저점까지 '2만원'…바닥 모를 배터리株에 증권가 가치 산정 골머리
입력 2023.11.01 16:29
    LG엔솔 주가 37만7000원…6% 더 빠지면 사상 최저가
    1년 4개월만 상승분 모두 반납…시총은 90조 아래로
    LG엔솔 64.8배, 삼성SDI 14.3배, 에코프로는 260배
    멀티플 재산정 쉽지 않아…기업별 차이도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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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17%가량 하락했다. 여기서 6% 이상 주가가 더 하락하면 상장 후 최저가를 경신하게 된다. 증권가는 LG엔솔을 비롯한 국내 상장 2차전지 관련 기업 가치 재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LG엔솔 주가는 전일보다 2.08% 하락한 37만75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7월 장중 기록한 상장 이후 최저가 35만2000원과의 격차는 2만5500원에 불과하다. 줄곧 100조원을 훌쩍 넘던 시가총액은 80조원대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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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선 대장주 격인 LG엔솔 주가의 연이은 하락이 2차전지 거품이 빠지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전방 시장의 탄탄한 수요에 기대 5~7년 후 이익까지 선반영하던 흐름이 급격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양극재 수출 실적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톤당 판가가 연초 대비 25%가량 줄어드는 동시에 수출 물량 자체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얘기다. 내후년까지 증설 계획이 잡혀 있는 상황에 전방 재고 부담이 셀, 소재사 순으로 넘어오면 실적 부담이 급격히 늘 거란 우려가 늘고 있다.

      증권가에선 LG엔솔은 물론 2차전지 상장사 전반이 뒤늦게 실제 가치를 따져보는 시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관련 기업들의 적정 멀티플(거래 배수)를 재산정하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동안 일시적 조정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만큼 큰폭 조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 한해 국내 증시를 사실상 주도했던 2차전지주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물론 길게 보면 2차전지가 유망한 산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주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한 면이 있기에 수년 후의 매출 기대감까지 선반영하는 지금의 멀티플 기준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적정 가격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다. 일반적인 산업은 과거 흐름을 바탕으로 현 상황이 어떤 사이클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기업 가치를 비교, 판단할 수 있지만, 2차전지 산업 자체는 개화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비교 기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2차전지 담당 연구원은 "2차전지는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과거 사이클을 통해 밸류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때문에 피어 밸류나 중장기 산업이 완성되었을 때의 시점을 기준으로 멀티플을 산정해야 하는데, 기업별로도 멀티플 차이가 커 적정 수준을 찾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2차전지주의 주가순이익비율(PER) 기준 평균 멀티플은 37배 정도지만, 개별 기업별 멀티플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엔솔의 PER 멀티플은 64.8배인데 반해 같은 2차전지 테마로 묶이는 삼성SDI의 멀티플은 14.3배에 불과하다. 에코프로의 멀티플은 260배에 달한다.

      2차전지주의 적정 멀티플을 찾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2차전지주의 주가가 현재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주가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본 뒤에야 멀티플 판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연구원은 "그동안 2차전지주가 실적 성장 기대감에 무리한 밸류를 끌어다 쓴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주가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하락세를 조금 더 지켜본 뒤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