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이사회 결정…캐스팅보트 이번에도 김앤장 윤창번 고문?
입력 2023.11.02 07:00|수정 2023.11.02 14:01
    30일 이사회서 원유석 아시아나 대표ㆍ박해식 선임연구원은 '찬성'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ㆍ배진철 공정거래조정위원장은 '반대'
    남은 1인 윤창번 고문…해외 체류중으로 온라인 참석했다가 중간 퇴정
    2일 이사회서 재논의…'반대' 결론 내리면 항공사 합병 자체 원점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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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두고 이사회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총 6인의 이사진 가운데 사내이사 1명은 사임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사외이사에 대해선 "표결에 참여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사회가 내릴 결정에 따라 이에 따른 배임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막판까지 이사진이 장고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해 검토, 7시간이 넘는 격론을 벌였으나 결국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정회했다. EC의 화물부문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2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룬다.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은 "사업부까지 처분해 대한항공과 합병하는 것이 과연 아시아나를 위한 결정인가, 아니면 대한항공을 위한 결정인가"로 요약된다. 반대쪽은 "그렇다고 화물사업 매각·대한항공과 합병을 반대하게 되면 채권단의 금융지원이 줄고 아시아나의 자력갱생 여부가 불확실해지는데 그것이 옳은 결정인가"에 해당된다. 

      행여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매각을 승인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최종 합병까지는 갈 길이 멀다. 거꾸로 이사회에서 매각을 반대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년을 끈 국적항공사 통합 가부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달린 형국이라 이사진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매각 결정을 위해선 이사 과반 참석, 참석 이사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6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로 구성됐다. 안건을 의결하려면 6명 참석 시 4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사내이사인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안전보안실장(전무)이 이사회를 앞두고 사임하며 변수가 생겼다. 진 전무는 조종사 출신으로 노조로부터 강한 반대 투표 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5명 참석에 3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지난 이사회에선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와 이사회 의장인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찬성'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내이사는 아무래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영향을 받아 찬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사외이사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 명예교수와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남아있는 사외이사 1명인 윤창번 김앤장 고문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하지만 이날 윤 고문은 해외 체류 중이라 온라인으로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별다른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중간에 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윤창번 고문이 이번 안건에 대해 표결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윤 고문이 2015년부터 몸담고 있는 김앤장이 대한항공 측에서 이번 합병 작업을 돕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김앤장이 받아간 자문료만 상당한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이사회 전부터 윤 고문은 사실상 찬성 표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윤 고문은 합병 작업이 한창인 올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상법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에 해당하게 된 사외이사는 그 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시행령에선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등의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라고 구제화하고 있다.

      이와 무관하게 자격이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윤창번 고문의 자격논란에 대해 "이미 법적 검토를 거쳤고 이해상충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소속 변호사가 아닌, ‘고문’이란 자리가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불분명하고 이견의 소지가 있다. 아울러 김앤장이 자문하는 곳은 대한항공이고, 윤 고문이 사외이사로 있는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런 문제까지 제기된다는 것은 그만큼 민감한 일이라는 반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창번 사외이사가 2일 이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캐스팅보트' 역할을 다시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표를 던지자니 몸담고 있는 조직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찬성을 하지니 그 결정이 아시아나항공에 진정한 이익이 되느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다른 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열린 이사회서 결론이 날지 또 일정이 밀릴지 시선이 모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3년간 합병 작업에 끌려다니면서 항공기 등 투자에 힘을 쏟지 못했고, 항공업 반등의 수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면 생존하기 쉽지 않다. 채권단도 무조건 합병이 돼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지원받기로 한 자금을 거의 받지 않고 버텨 왔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달리 보면 조금만 탄탄한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금방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이후 중요 자산으로 떠오른 화물사업을 '다른 회사의 요구'에 따라 파는 것이 득이되느냐도 생객해볼 문제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이사진에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M&A처럼 아시아나항공 역시 정부와 산업은행이 ‘경쟁 제한성’ 문제를 가볍게 본 실책이 있다. 합병이 막혀도 당국이 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이사회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적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가장 득을 본 곳은 대한항공이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미 사실상의 유일 대형항공사(FSC)로서 지위를 구축했다. 화물사업 매각 및 사후 작업을 하는 데도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통합이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이 위협받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 화물사업 원매자 사이에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에 별다른 열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고민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이 화물사업 매각을 결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막대한 자문 비용을 썼다지만 아시아나항공이 FSC로서 기반을 상당부분 잃었다는 점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고 통합 결론까지 시간이 더 끌려도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