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적격성 위기 카카오뱅크, 매각 시 인수 가능한 곳은 네이버뿐?
입력 2023.11.07 07:00
    일반 은행법과 다른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 탓
    여력 갖춘 ICT 주력만 가능…2대 한투證은 불가
    조건 따져보면 남는 건 '네이버'…나머진 게임사
    금융당국 부담만 키울 수도…'BNK 전례'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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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요건이 일반 은행법과는 달라 새 주인을 찾는 상황이 되더라도 해법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규정대로면 여력과 조건을 갖춘 잠재 후보가 네이버 정도뿐인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역설적이게도 금융당국 역시 대주주 변경이 필요한 상황까지 일을 키우기 부담스러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 주가 조작 혐의로 카카오 경영진 일부와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법인 카카오에 대한 처벌 여부를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 밝힌 만큼 특사경이 카카오에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을 적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법인 카카오가 양벌 규정에 따라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자회사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긴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금융위원회가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인터넷은행의 새 주인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은 은행법을 따르는 은행의 하나지만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선 인터넷은행 특례 조항이 우선 적용된다. 출범 과정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으면 적기 자본확충이 어렵고 ▲도입 취지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덕에 일반 은행과는 달리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대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도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시행령으로 내려가면 대주주 후보군은 대폭 줄어든다. 특례법은 대주주 요건을 폭넓게 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 한도초과보유주주 요건을 따로 두어 산업자본 중에서도 ICT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곳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34% 지분 한도 자체도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경영을 주도하라는 의도로 고안된 수치다 보니 금융당국도 ICT 주력 아닌 기업이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 주식 2주만 더 확보하면 카카오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2대주주 한국투자증권(지분율 27.17%)은 후보에서 제외된다.

      작년 한국투자증권은 한국밸류투자자산운용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양도받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최대주주가 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진땀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도입 취지상 ICT 주력이 아닌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을 금융당국이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은행지주로 먼저 전환해야 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더더욱 불가능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과거 한국투자증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 때문에 카카오뱅크 지분을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확보했고, 이를 작년에 다시 되돌려 받은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금융당국 설득이 쉽지 않았는데, 당국 입장에선 법 취지에 따라 ICT 주력 아닌 기업이 최대주주로 오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 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ICT 기업 중에서도 카카오를 대신해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기업만이 잠재 후보군에 들 수 있다.

      10월 31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약 8조6000억원, 최대주주 지분 시가는 약 2조3000억원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82곳 중에선 KT, 네이버 정도가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KT는 이미 케이뱅크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넷마블, 넥슨, 크래프톤 등 게임사다. 결국 현실적으로 네이버 외에는 후보군이 마땅찮은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점에서 상장한 카카오뱅크 외 토스뱅크나 케이뱅크도 자본 확충 문제로 휘청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신용이나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그룹사 정도가 후보에 들 수 있다"라며 "ICT 주력 아닌 산업자본을 다 빼버리고 나면 사실상 네이버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 한들 네이버가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플랫폼 생태계에 묶여 있어 네이버의 사업 환경과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네이버는 국내에서 잡음을 일으킬 수 있는 영역을 줄이고,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기조이기도 하다. 해외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계속 자본 확충을 해줘야 하는 카카오뱅크를 보기는 쉽지 않다.

      이에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변경이 필요한 상황 자체를 만들기 꺼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가 지분 일부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지만 새 주인 찾는 문제가 역으로 금융당국 부담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강공을 펼치는 감독당국과 산업적으로 불편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금융당국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BNK금융지주가 비슷한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가 유야무야 넘어간 전례가 있다. BNK지주는 지난 2017년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계열 부산은행 거래처 14곳에 주식 매수를 요청하는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억원 형이 확정됐다. 원칙적으로는 지주 인가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나 계열 전반 대주주 적격성을 새로 따지는 상황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