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카카오모빌리티…'만년 2위' 우티엔 절호의 기회?
입력 2023.11.08 07:00
    공정위·금감원·대통령까지 카카오T 압박
    실제 사용자수 답보상태…우티는 상승세도
    지난해부터 '틈' 노린 우티…올해 성과 볼까
    최대주주 우버 '글로벌 스탠다드' 고집 발목도
    '카카오랑 다른' 모빌리티 전략 향방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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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가 정부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으면서 ‘만년 2위’ 우티(티맵모빌리티)가 반사이익을 볼지 주목된다. 우티는 작년부터 카카오T의 성장세가 주춤한 틈을 타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점유율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최근 우티가 성장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SK그룹과 우버의 관계가 바뀔지, 택시 호출 외로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카카오T는 올해 정부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일침을 가했고,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거래 제재 이슈를 살피고 회계조작 의혹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연이은 정부의 압박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한 간담회 계획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6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제를 개편하겠다고 하는 지도 의문”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의 ‘내우외환’이 우티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2021년 1월 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합작법인(JV)으로 설립된 우티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는 한참 아래에서 ‘만년 2위’를 지키고 있다. 출범 당시 국내 택시호출 1위인 카카오T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설립 후 2년이 지나도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우티는 지난해부터 택시 대란과 ‘카카오 먹통’ 등으로 카카오T가 주춤한 틈을 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우티는 가맹택시 실질 수수료 0%, 운행 건당 6000원 지급 등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해 -128억원의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프로모션에 따른 점유율 확대 효과도 크지 않았다. 

      카카오T는 여전히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2021~2022년 연속 흑자를 냈다. 다만 악재가 이어지며 최근 들어선 사용자 수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7~8월 카카오T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우티는 그 사이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모바일데이터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택시 호출 앱 우티의 MAU가 66만1533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2월 37만8452명을 기록한 후 매달 상승세다. 카카오T가 ‘감사팁’ 도입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이 우티는 공격적인 현금성 할인 이벤트들을 내세우며 실속을 챙겼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검토했다가 실패(?)한 곳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다. 업계 1위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2위에 시선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이는 지금 상황에 따른 반사효과일 뿐 우티가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지난 9월 우티는 신임 대표이사로 송진우 전 배달의민족 베트남 사업 총괄을 선임했다. 앞서 JV 설립 당시 우버 측은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 밝지 않은 톰 화이트 전 일본 우버 담당을 초대 CEO로 선임했는데, 지속된 부진에 올해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교체설이 제기된 바 있다.

      우티는 현재 우버가 51%, 티맵모빌리티가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우버는 설립 당시 우티에 1억 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했다. 경영진 선임 등 우버 측이 경영 관련 권한이 많은데, 이런 우버의 지배력이 국내에서의 확장 전략에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티는 우버 어플리케이션과 통합돼 쓰고 있다. 우버에 익숙한 해외 사용자에겐 편리하지만, 국내 소비자나 택시 기사에겐 카카오T보다 불편하다는 평이 많다. 이에 SK스퀘어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우버 측에 티맵모빌리티 주주로 올라오고, 우티 운영권은 티맵모빌리티 쪽에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우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티맵모빌리티는 카카오T의 입지가 공고한 ‘택시호출’ 외의 모빌리티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2021년 이후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4000억원), 우버(5000만달러; 약 700억원), KB국민은행(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물운송 플랫폼, 대리운전 중개, 발렛, 공항버스, 콜 대리 업체 인수합병(M&A)에 사용했다.

      다만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선 결국 큰 시장인 택시 호출 사업에서 승부를 봐야할 것이란 관측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분사 설립 당시 2025년까지 연매출 6000억원, 기업가치 4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매출은 2046억원을 기록했고, 국민은행 투자 유치 당시 2조2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등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잘 돼야 2등인 티맵모빌리티도 잘 될텐데 최근 카카오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보니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택시 사업에서 카카오가 너무 압도적이라 견제자가 있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이 때문에 2등이 티맵모빌리티도 반사이익을 조금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