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으로 널뛰는 포스코 주가…'제값 받기' 방패막 약해진 최정우 회장
입력 2023.11.08 07:00
    취재노트
    민간기업 포스코,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 수난
    지주사 전환 이후 배터리 호황으로 순항했지만
    배터리주 주춤하며 가장 강력한 방어막 사라져
    공매도 금지에 반짝 반등…"오히려 위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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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는 민간기업지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보이지 않는 손’이 회장을 물러나게 하거나 연임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연임 후 중도 퇴임’ 잔혹사를 끝낼 수 있느냐에 이목이 모였다.

      작년부터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각종 사고로 정부의 눈밖에 났다는 등 소문이 이어지며 회장 교체설이 부상했다. 포스코 출신 올드보이, 전직 관료 등이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올랐다. 작년말 국민연금이 KT 대표 연임에 반대하자 다음 타자는 포스코라는 예상이 많았다.

      외로운 처지의 최정우 회장에 버팀목이 된 것은 결국 눈으로 보이는 성적표였다.

      작년 3월 완료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신의 한 수'였다. 쪼개기 상장이나 자리 만들기용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 2차전지주가 부상하며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엠텍 등 관련주가 급등했고 포스코홀딩스도 수혜를 입었다. 다른 상장사 역시 지주사와 호재를 주고 받으며 주가 상승을 서로 견인했다. 철강회사 자회사로선 이루기 어려운 성취였을 것이란 평가가 따랐다. 최정우 회장 재임 후 철강 사업 실적도 견실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해 한 때 70만원을 넘어섰다. 주가가 과열됐다는 우려보다는 머잖아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희망섞인 기대가 더 컸다. 실적과 주가, 미래 비전까지 받쳐주니 여름까지만 해도 주주든 이사회든 최정우 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에게서 후한 평가를 받는 분위기였다.

      그 즈음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포스코엠텍 등은 철강기업 포스코의 존재감에 묶인 탓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자회사와 지주사의 가치 총합이 늘었다”며 “최정우 회장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주가와 실적이 받쳐주기 때문에 이사회와 주주들의 강력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정우 회장이 2차전지 관련 사업 전반을 챙기며 비철강 부문을 강화한 공이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주가 상승분을 오롯이 회장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국내 2차전지 기업가치가 정상 궤도를 아득히 벗어나 고평가된 상황이었고, 그 중에서도 포스코의 거품이 특히 심했기 때문이다.

    • 그나마 2차전지 관련 주가는 최정우 회장 임기(2024년 3월)를 불과 수개월 남기고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차전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금기시됐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했던 방패가 사라진 셈이다.

      최정우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설왕설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 회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경제사절단에 빠지며 ‘패싱’ 논란이 이어졌는데, 최근엔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전보다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사규에 따라 최 회장은 임기 만료 3개월 전 연임 도전이나 퇴임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포스코 그룹주 주가는 6일 급반등했다. 직전 거래일(3일) 대비 포스코홀딩스 19%, 포스코엠텍 26%, 포스코인터내셔널 21% 올랐다. 포스코퓨처엠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부가 앞으로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전방 산업의 둔화, 여전한 고평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상승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점치기 어렵다.

      앞서 포스코 그룹주의 고공행진이 포스코나 수장의 독자 능력으로 이룬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주가 반등 역시 기업 내재가치의 상승보다는 외부 요인에 기인했다. 경영진 입장에서 주가 관리를 자기 공이라고 내세우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기의 전조로 보고 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제 막 조정 국면에 접어들던 2차전지 주가가 갑자기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문의를 하면 설명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주가 흐름을 호재가 아닌 리스크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