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부동산 인력 감축 고민…연말 대대적 감축 전망도
입력 2023.11.10 07:00
    취재노트
    부동산 PF 부실에 충당금 쌓는 증권사들
    실적 부진에 부동산 부문 구조조정 가능성
    12월 윤곽 나올 듯…부서이동도 쉽지 않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던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또다시 부동산 투자 인력 감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PF시장은 지난해 불거진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넘어 실제 부실이 나타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때 PF 대출 등 부동산 부문 비중을 늘려 수익성 제고를 꾀하려던 증권사들은 이제 충당금을 쌓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주요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낮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PF사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증권사들은 상당히 많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홍원식 대표이사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홍역을 치룬 데 따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홍원식 대표이사는 부동산 PF 대출 관련 '끼워팔기' 논란을 해명해야 했다. 이후 하이투자증권 내부적으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성이 있다'라는 의견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충당금 적립으로 3분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들도 다수다. BNK투자증권은 3분기 적자폭이 확대됐다. 2분기(234억원)에 이어 163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누적 충당금 전입액은 444억원으로 전년대비 8배 이상 늘었다.

      은행계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분양 등으로 인한 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은 편이란 평을 받던 신한투자증권도 3분기 적자전환했다. 지난 2분기 12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3분기 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증권도 지난 3분기 적자 폭이 지난분기 대비 소폭 늘었다. 두 곳 모두 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으로 꼽힌다.

    • 증권사도 부동산 인력 감축 고민…연말 대대적 감축 전망도 이미지 크게보기

      이미 지난해에는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진행된 바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다올투자증권이 대표적인데,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기간제근로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328명에서 올해 상반기 190명으로 줄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부동산투자개발본부를 폐지하고 일부 PF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본사영업, 운용, 리서치 등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 수는 191명으로 전년대비 37명 줄었다.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직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 연장 여부가 결론이 날 12월 중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에도 부동산 본부 축소 시도가 감지 된다. 부동산 부서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계약 연장 조건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안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직이 예년에 비해 녹록지 않다고 토로한다. 부동산 관련 실무는 IB부문의 것과 결이 다소 다른 까닭에 부서이동 전례가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타 증권사의 부동산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선택지 또한 많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황 악화에 따른 여파는 모든 증권사가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와 IB는 적용되는 지식이나 기술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 부문을 담당하던 인력을 IB 부문에 앉히기 쉽지 않다"라며 "2년 전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부서가 부동산 부문이었던 만큼 큰 포부를 갖고 입사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급작스레 상황이 변해 이직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