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파생 운용하다 1000억 평가손실…증권가 "수수료 욕심에 실수" 지적
입력 2023.11.10 11:05
    취재노트
    우리은행, 국내 증권사와 ELS 헤지 계약해 수수료 챙겨
    헤지 과정서 1000억 평가손실…역량 부족 문제 드러나
    증권업계 "변수 입력은 기초 역량…미들오피스 부실"
    은행업계 "파생상품 헤지, 은행 리스크 관리에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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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은행에서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에 육박하는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 금융권으로부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손실 규모가 이례적으로 큰 데다,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수수료 욕심에 무리하다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국민ㆍ신한 등 기존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약 10년 전부터 해당 사업을 중단한 반면, 오직 우리은행만이 관련 사업 규모를 늘려온 까닭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분기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파생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 총 962억원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2분기 회계 결산에 반영했다. 

      우리은행의 사례를 두고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증권사와의 거래이기 때문에 고객 손실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증권사들은 ELS를 발행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헤지를 한다. 이때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외부 금융사로부터 유사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매수하고, 리스크를 외부로 전가하는 백투백헤지 방식을 쓰기도 한다.

      그간 우리은행은 국내 다수 증권사들과 백투백헤지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신 운용에 관한 책임을 져 왔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헤지에 사용되는 변수 데이터(헤지포지션)를 잘못 입력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점이다. 

      우리은행이 입력한 데이터가 실제 시장가와 간극이 컸는데, 이 때문에 제 시점에 주식 매수와 매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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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은행 손실 규모가 알려지자마자, 파생상품 헤지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트레이딩(S&T) 업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수를 입력하는 것은 델타헤지(현물가격과 선물가격 변동간의 비율을 이용해 위험을 회피)의 기본이다. 파생 사업을 하는 금융사가 기본 역량도 갖추지 못해 손실을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가격 산출을 위해 변수를 넣는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해 시장가와의 괴리가 커진 것으로 안다"며 "딜러의 개인 판단 문제인지, 미들 오피스(관제부서)의 문제인지 당국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의 증권업무 역량 부족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수수료 욕심'이 리스크 관리 소홀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국내 시중은행 중 KB국민ㆍ신한ㆍ농협은 증권사의 파생 관련 백투백 헤지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발행사(증권사)들의 헤지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관련 사업을 2010년대까지 하다가 중단했고, 농협은행의 경우 원금보장형인 ELD(주가지수연동예금) 거래만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하나증권 등과 파생 거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관련 손실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우리은행은 계열 증권사 없이도 중소형 증권사들과 계약을 통해 사업 규모를 지속 늘려오면서, 이번 피해 규모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ELS 헤지는 국내 시장에서 증권사와의 백투백 거래 수수료 말곤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 외국계IB들이 하는 사업”이라며 “특히 증권 계열사가 있는 금융지주에선, 해당 업무는 모두 증권쪽에 일임하는 분업 형태가 이뤄져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가 없다보니 이를 은행이 전부 떠안으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지난 7월 이후 청산 목적의 헷지거래 외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했고, 변동성 산출에 대한 내부통제 절차와 복수 검증을 더욱 강화했다”며 “자체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직원 징계 절차도 밟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