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이면 쇄신이 될까?…'사과'도 '반성'도 없는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출발
입력 2023.11.13 07:00
    Invest Column
    신뢰 회복 위해 새로운 모델로 대대적 광고
    여전히 구태(舊態)못 벗어난 새마을금고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은 사과와 반성
    과거 반성 없는 조직엔 미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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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의 명확한 현주소는 이렇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포함한 서열 1~4위 임원은 모두 지난 8월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사모펀드(PEF) 출자 비리 등 각종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서 최근에만 총 42명이 기소, 그중 11명이 구속수감 됐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금품이 오고간 사실이 확인됐다. 

      기소된 인물들 외에도 최근 서울 및 주요 지역 금고의 횡령 사고는 끊임 없이 드러나고 있다.

      박차훈 전 회장을 대변하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박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개별 금고 이사장들은 곧바로 새로운 회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새마을금고 선거는 직선제로 치뤄진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도마위에 오른 상태다. 현직 회장 직무대행과 대구의 한 지역금고 인사는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지역 금고의 문제와 관련해 징계 대상에 올라 있다. 역시 선거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해석이 난무하다.

      새마을금고는 과거 화려한 금품 선거를 치른 전례가 있다. 벌써부터 전국 새마을금고는 이미 혼탁한 (보궐)선거전 양상을 띈다. 지난 수 년간 그야말로 '비리종합 세트'란 오명을 쓰고, 핵심 임원 대부분이 구속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뤄야함에도 불구하고, '쇄신'과 '혁신'을 위한 아젠다(Agenda)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력 인사들을 두고 "전직 회장의 최측근 인물이라더라", "전(前) 권력자의 정적(政敵)이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뉴페이스가 필요하다" 또는 "다음 회장은 00지역에서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 등 뒷얘기만 난무한다.

      심지어 지역금고 이사장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에는 진짜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고쳐보겠단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 지역 본부장이 이사장들을 불러모아 차기 선거에 대해 거론하는가 하면, 중앙회 핵심 인사들의  모임도 정치적인 행보로 비쳐진다. '라인잡기', 또는 자칫 사전 선거운동처럼 비쳐질 모습들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의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4명의 사내이사와 8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됐는데 당시에도 구성원들의 자격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다. 

      누군가는 "새마을금고의 미래를 외부 인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을 치욕스럽다"고 표현했다.

      이달 7일 새마을금고의 경영혁신안을 설명하기 위해 중앙회의 지역이사 13명, 각 지역별 협의회장 98명, 지역본부장 13명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 지역금고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 경영혁신위원회 소속 외부인사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전관 인사로 분류되는 경영혁신위원장(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언론사 인터뷰를 이유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혁신위원회 인사들이 이 자리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 나타내는 사례가 됐다. 혁신위원회는 이달 그 역할이 종료된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부동산프로젝트(PF) 파이낸싱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뱅크런(예금자 탈출)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새마을금고 전체에서 빠져나간 금액만 17조원이다. 

      각 지역 금고는 이러한 이탈을 막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 고금리 특판에 나섰고, 최대 8%에 달하는 일부 특판 상품 판매 효과로 8월부턴 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새마을금고의 위기엔 정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새마을금고 부실의 확산은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와 맞닿아 있다. 총선은 앞둔 상황에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그리고 제살 깎아먹기식 특판 경쟁으로 끌어올린 수신지표는 마치 새마을금고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해 진 것과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사실 새마을금고의 나머지 재무 지표들을 살펴보면 부실의 뇌관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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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새마을금고 새 광고의 한 장면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TV 광고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하다.

      "세상이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정말 괜찮냐고 끄떡없는 거냐고. 그 물음에 우리는 대답 대신 멈추지 않겠습니다. 늘 당신 곁에서 힘이 되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MG 새마을금고는 멈추지 않겠습니다"(2023년 1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광고 속 멘트, 나래이션 남궁민 배우)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회장이 직접 등장한 광고가 사라지고, 최근 들어 몸 값이 치솟고 있는 모델 중 하나인 남궁민 배우를 섭외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사실 포장지를 바꾼다고해서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듯 모델을 바꾼다고 잃어버린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모델, 새로운 회장, 새롭게 시작하는 새마을금고의 첫 걸음은 소비자에 대한 '사과' 그리고 철저한 '자기 반성'이 돼야한다.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곪아있는 조직의 상황은 임직원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수준에선 새마을금고의 쇄신과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조직이었다면 홍역을 치룬 일련의 상황에 아팠어야하고 또 흔들렸어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더 투명하고 탄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정말 괜찮냐 끄떡 없냐"는 질문엔 대답해야 한다. 남궁민 배우의 목소리를 빌려 신뢰를 포장할 문제가 아니다. 새마을금고 스스로 신뢰를 찾아가는 과정을 고민하고 또 계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