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실적 급락에 성과급도 이연?...옛말된 '억대 연봉' 증권맨
입력 2023.11.13 07:00
    증권사들, 충당금 이슈에 적자 전환한 곳도
    성과급 재원도 감소될 가능성↑
    1억 미만 성과급 이연될까 직원 사기 저하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실적 감소를 겪은 데 따라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말 성과급 시즌을 앞두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증권업계 전반에 걸쳐 이연되는 성과보수 규모가 많아질 가능성이 커진 점도 임직원들의 볼멘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연말 성과급 제도를 앞두고 직원 대상 전체 이연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당초 증권사들은 통상 1억원 미만의 해당하는 성과급은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금액 제한 없이 모든 성과급을 이연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금번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권사의 과도한 성과급을 두고 지적이 나왔던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업자의 성과보수 이연제도와 관련한 조항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1억원 미만의 성과급도 4년 동안 첫해에 50%, 2년차에 15%, 3년차에 15% 식으로 나눠받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성과급 제도는 부서별, 개인별로 다르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일괄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증권사 임직원들은 이연성과급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자 볼멘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통상 증권사의 IB(투자은행) 부서는 주니어 때부터 부서 단위, 혹은 개인 이직이 잦은데 성과급이 이연되면 자칫 앞으로 받을 성공보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탓이다. 

      특히 하나증권은 부동산 부실,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 사태로 인원 이탈이 꾸준한 상황이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개인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수년간 한 회사에 메여 있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기본급은 낮고 성과보수는 큰 편으로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다. 대부분 증권사에 입사하는 직원들은 안정성보다는 한 해 한 해 성과보수를 기대하는데, 변경되는 이연성과급 제도는 그간의 증권업계 분위기와 다소 맞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전반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좋을 정도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암울한 편”이라며 “직원들로서는 성과급 재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 있는 성과급도 나눠서 받아야 하니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쌓은 데 따라 적자 전환을 한 곳들이 많아진 점도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적자 전환했다. 하나증권은 고금리 장기화, 유동성 감소 등 외부 변수 외에 부동산 관련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 약 48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젠투파트너스 및 라임펀드 관련 사적 화해 비용으로 충당금을 쌓아 분기 순손실이 약 185억원에 이르렀다. 

      증권사 전반에 걸친 실적 감소의 주된 요인은 부동산금융의 부실 지속이다. 대형사는 해외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부담이 증권사 전체 손익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신규 딜 수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투자 건의 건전성 저하 현상은 누적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부동산 손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관련 부서에서 충당금을 많이 쌓고 있다”라며 “통상 성과급 재원은 IB 부서 전체 단위로 쌓이는데 해당 부서에서 성과급 재원이 많이 깎인 상황에서 다른 부서들도 (성과급에 대해) 기대감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