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ㆍ산업은행ㆍ새마을금고ㆍ셀트리온에서 엿보이는 '이중잣대'의 함정
입력 2023.11.14 07:00
    Invest Column
    감독당국 연일 은행ㆍ금융사ㆍ카카오 기강잡기 한창
    단일한 원칙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적용기준이 매번 다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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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로남불'을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면 말이 복잡해진다. "내 연애는 트루 로맨스이고, 당신의 연애는 비도덕적이고, 불륜(Adultery)이고...." . 적절한 표현은 '이중잣대' (Double Standard).   

      #여당과 청와대가 연일 '은행 죽이기'에 한창이다. 

      4대 금융지주 아래 시중은행들이 대상이다. 표현도 거칠다. "중소기업ㆍ서민 대상 금융활동은 줄이고 있으면서" , "300~400% 성과급을 지급한다"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인다" . '은행 종노릇', '갑질' 같은 단어도 쏟아진다. 화들짝 놀란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위해 1000억씩 내놓겠다"고 발표했으나 불씨는 '연봉삭감' 혹은 '반납' 논의로 이어질 모양새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의 작년 연봉 18억4000만원, 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의 연봉 15억3000만원 등도 거론된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임원들도 만만찮은 돈 잔치를 벌였다. ▲김주원 전 기타비상무이사의 보수는 72억원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 40억원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 23억원 ▲김석 최고전략책임자 22억원. 작년에는 안받았지만 2021년 윤호영 카뱅 대표는 무려 90억3020만원의 이익을 봤다. 

      차이는 있다. 카뱅 임원들은 '스톡옵션'을 주로 지급 받고 이를 행사해서 돈을 벌었다. 주가를 올린 성과가 컸으니 제공됐다는 것. 그렇다면...동일한 잣대로 금융지주 회장들도 스톡옵션을 대규모로 지급 받으면 '불륜'에서 벗어나 '로맨스'라고 쳐줄까? 2022년 KB주가는 한때 4만원대 중반, 지금은 5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 사이 카카오뱅크 주가는… "윤호영 대표와 임원들이 그간 카뱅을 잘 키워낸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라는 논리와 "윤종규 회장이 KB를 1위로 만들어낸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라는 뉘앙스가 다를 이유가 있을까.

      #감사원이 과거 산업은행의 대우건설ㆍ대우조선해양 매각가정 등의 '특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감사원 논리는 간단하다. "아무리 입찰을 해서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해도 왜 2000억원을 더 깎아줬느냐". "2019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할 때 왜 입찰을 안하고 '콕 찍어' 현대중공업을 낙점했느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역시 산업은행이 '콕 찍어' 대한항공을 인수자로 낙점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독과점 이슈'가 원인이다. 당시 산업은행의 논리는 "항공산업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라"였다. 이동걸 회장은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말라" "대한민국 산업, 재벌이 지배 안하는 산업이 있는가" "신중하게 국익을 위해 생각해 달라"로 매번 언론에 토로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특혜'를 따지고 대한항공에만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연이은 금융사고에 금융감독당국이 서슬 퍼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실패는 금융회사 CEO나 최고위층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를 보냈다. 일부 기업들에 분식회계 논란이 일어나자 회계법인들을 불러 모아놓고는 "기업내부 통제를 주의 깊게 살피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회계감사"를 주문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일개 은행ㆍ일개 증권사 내부에서 벌어진 수백~수천억원 수준의 금융사고는 견주지도 못할 만큼 규모가 컸다. 회장부터 상위 임원이 모조리 구속 또는 기소됐다. 그러나 허울 뿐인 '대책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예방책도 나오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차기 중앙회장' 선출 '선거판'으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이복현 원장은 "새마을금고 걱정 마시라"고 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이용자 손실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다독였다. 새마을금고는 금융위ㆍ금감원 소관이 아니라서? 아니면 '대마불사' 특별대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은 '매출 부풀리기'다. 카카오모빌리티 계열사가 일단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먼저 돈을 받고, 다시 그 돈을 택시기사에게 이런 저런 명목으로 지급한다. 실제 양측이 주고받는 수수료나 이익보다 '장부'에 올라가는 금액이 월등히 크다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은 별도로 진행됐다"며 억울해 한다.

      '데자뷔'라고 할만큼 매우 유사한 '매출 부풀리기' 혹은 '분식회계' 논란을 우리는 셀트리온에서도 봤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단 이를 미리 구매하고 재고로 쌓아놓는다. 그 뒤 이 제품들을 해외시장에 판매한다. 최종 판매는 나중이지만 일단 셀트리온은 당장 '매출규모'가 커진다. 당연히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 3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긴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라며 셀트리온에 면죄부를 줬다. 자 그럼…카카오모빌리티도 면죄부를 기대해도 될까?

      이중잣대 적용의 양태는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다. 과거에는 '니 편이냐, 내 편이냐'를 따지고, 내 편에게는 처벌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합리화 시켜주는 양상이었다. 지금은 '편의'에 따라 여기에는 적용하고 저기에는 적용 안하는 트랜드(?)가 엿보인다.

      어쨌든 '이중잣대'는 '법치' , '공정', '신뢰' 라는 가치관을 훼손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과정이, 금융사들의 내부통제로 인한 사고들이,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처리 방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들을 단죄하고 처벌하는 기준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들과 금융사는 '법과 원칙'을 생각하기보다는 정권과 감독당국의 '입모양과 눈치'를 먼저 신경 쓰게 된다.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