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 발목잡았다는 이마트…본업 경쟁력은 회복?
입력 2023.11.17 07:00
    이마트, 3분기 만에 성장세 보여
    연결 실적은 건설 등 자회사에 발목
    "오프라인 집중" 전략으로 선회
    비주력 사업 정리 기대 있지만
    애매한 온라인 방향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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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마트가 3분기 ‘가능성 반, 아쉬움 반’의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신세계건설 등 자회사의 실적 부진 영향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대형마트(이마트) 부문에서는 3분기만의 성장세를 보였다.

      새 수장을 맞은 이마트가 ‘본업인 오프라인 집중’ 전략을 밝히며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비주력 사업 정리의 기대감도 있지만 쿠팡에게 3분기 연속 매출 1위를 내준 이마트가 여전히 이커머스 사업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7조7096억원의 매출과 7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23%(228억원) 줄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다소 밑도는 수치다.

      본업인 이마트(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2억원(약 5%) 증가한 110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의 성장세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 감소한 4조4386억원을 나타냈다.

      이마트 측은 “상품 혁신, 점포 리뉴얼, 수익성 개선 노력에 따른 비용 효율화 등이 본업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고객 수 증가를 확인하며 추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할인점의 경우 3분기 고객 수 증가율이 5.8%, 트레이더스는 6.2%로 집계됐다.

      종속 자회사들의 부진이 발목을 잡은 점이 아쉽다는 평이다. 이마트 측은 연결 실적에 대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해 신세계건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551억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적발표 후 일부 주요 증권사들은 자회사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마트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신세계건설은 3분기 4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증권가에서 예상한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원가율 상승에 따른 공사이익 감소와 더불어 공사 채권 대손충당금이 설정되면서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까지 신세계건설의 실적 회복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마트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최소화하고 수익성 위주 전략을 내세우면서 추가적인 계열사향 매출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신세계건설은 그룹 내 백화점, 할인점, 아울렛 등 판매시절을 비롯해 스타필드 등 복합시설 관련 공사를 진행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2019년 신세계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 매출 비중은 60%에 달했다. 이후 주택 건설 비중을 높여 2022년에는 20% 수준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을 낮췄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거세지면서 모회사인 이마트의 실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분양 이슈가 계속되는 대구와 울산에 신세계건설의 주요 사업장이 몰려있어 작년부터 영업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본업인 유통에서도 ‘할인점 사업’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라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새 수장을 맞이한 이마트가 어떤 전략을 가져갈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로 선임된 한채양 대표는 이달 9일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오프라인 유통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한 대표는 “그간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했지만, 내년부터는 우리의 영업 기반인 점포의 외형 성장을 재개하겠다”며 “내년 5개 점포 부지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집중’ 전략은 이마트가 지금까지 이베이코리아(G마켓), W컨셉, 신세계야구단, 미국 와이너리 등 인수합병(M&A)에 집중 투자해온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마트는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3년 전부터 점포 매각을 본격 추진해온 바 있다. 성수점·가양점 등 핵심 점포까지 매각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이마트가 비주력 사업에 ‘시너지’를 명목으로 상당한 투자를 해 온 만큼 본업에 집중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이란 평이다. 이마트는 9월 물갈이 인사 이후 히어로 영화 제작 사업을 접는 등 수익성 강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기존의 할인점보다 작은 형태로 점포 효율화를 가져가는 전략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유통 시장의 판도가 이커머스로 넘어간 만큼, 시장에서는 할인점 비중 자체를 구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시선도 많다.

      이마트는 3분기 연속 이머커스 업체인 쿠팡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쿠팡은 올 3분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마트의 이커머스 자회사인 쓱닷컴은 3분기 매출이 4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07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분기(183억원)보다 다시 확대했다. 23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확대한 규모다. G마켓은 이번 3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48억원 줄어든 101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112억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그동안 너무 비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온 것이 큰 패착이 됐고, 이제 ‘본업을 잘한다’는 증명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략을 가져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쓱닷컴은 외형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것도 아니고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면서 적자는 줄이겠다는 입장이라 사업 방향성이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