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매각 중단됐는데 SK스퀘어 콜옵션 포기?…국민연금 투자금 공중부양 위기
입력 2023.11.17 12:55|수정 2023.11.17 12:55
    11번가 매각 큐텐과 협상 중단 통보
    "벼랑끝 전술" VS "이견 좁히기 어려울 듯"
    최종 불발시 선택지는 SK의 콜옵션, FI의 드래그얼롱
    SK스퀘어, 매각 지연에 콜옵션 행사도 미지수
    콜옵션 행사 여부 모호해지자, 초조해진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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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스퀘어와 큐텐(Qoo10)의 11번가 매각 협상이 중단됐다. 협상을 벌이던 양측은 기업가치를 두고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번 거래는 SK측에서 먼저 중단을 통보했는데,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매각을 주도하고 확정할 인사들의 의사 결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큐텐과의 거래가 최종 불발이 확정된다면 SK스퀘어의 선택에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 ▲또는 FI에 11번가의 지분 매각 권한을 넘기는 방안이 남게 된다. 11번가의 가장 큰 투자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현재 SK그룹의 결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는 큐텐과 일부 현금 거래를 통해 기존 FI들의 투자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5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FI 대상으로 발행했고, FI들은 약 1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SK는 5년 내, 즉 올해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의 경쟁력이 나날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IPO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인정받는 기업가치는 약 2조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적격 상장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최근 큐텐과의 협상에서 거론된 기업가치가 1조원 내외, 최대 1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이 현재 11번가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낸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큐텐과 협상의 불씨가 살아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SK그룹 측이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큐텐 측의 인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면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여지가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의 현금이 넉넉하진 않은 상황에서 SK측과 가격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유일한 원매자인 큐텐에 매각-합병이 실패할 경우엔 SK스퀘어는 FI의 원금(5000억원)에 연 3.5% 수준의 이자를 더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투자목적법인(SPC) 나일홀딩스를 구성하고 있는 FI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이다.

      투자유치를 받은 대기업에서 추후 IPO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다. 주주간계약에 의해 최초에 결정한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FI에 보장해줌으로써 양측이 결별하는 수순이다. 

      반대로 FI는 콜옵션 행사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갖는 게 일반적인데 실제로 이를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두산그룹의 DICC의 IPO가 무산되자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종국엔 길고긴 양측의 소송전으로 비화한 사례가 있다.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경우엔 대주주의 긴밀한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매각에 충실히 협조하는 사례는 사실 극히 드물다.

      현재로선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여부는 미지수다. 콜옵션 행사 기한은 다음달까지다. 이르면 이번 달 말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최대출자자인만큼 최대한 잡음 없이 FI에 투자금을 돌려줄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 최근에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 측이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아직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 또한 "큐텐과의 협상에서도 내부 의사결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FI의 투자금 회부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규모 임원 인사를 앞둔 시기란 점은 SK스퀘어의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사실 이번 11번가의 투자 유치의 경우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평가 받는다. 박성하 현 SK스퀘어 대표이사는 이번 매각 작업을 주도해 왔다. 결국 경쟁력을 잃어가는 11번가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물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종 의사결정이 늦춰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국민연금의 초조함도 감지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11번가에 직·간접적으로 11번가에 약 3800억원을 출자했다. 현재 상황에서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연 3.5%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고 매각 권한이 FI에 넘어간다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지속해야 한다. 실제로 FI가 재매각에 나설 경우 SK스퀘어 측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현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또한 국민연금이 IPO 조건 등 주주간계약을 기반으로 추후 SK그룹에 투자한 주요 거래들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SK그룹에 대한 익스포저가 너무 많아 더 늘리기 어렵단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며 "기존 투자건들의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