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號 첫 인사...우리은행, 연말 물갈이 인사 가능성 주목
입력 2023.11.22 07:00
    우리은행, 횡령 및 파생상품 손실 등 각종 구설수
    강신국·이문석 부행장 각각 견책·주의 처분 내려져
    연말 우리은행 인사에 여파 끼칠까…‘물갈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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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 파생상품 손실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수 년간 평판에 타격을 입은 우리은행이 '연말 물갈이 인사'를 통해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후 첫 인사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다, 현 조직체제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된 7명의 임직원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난 3월까지 자금시장그룹을 담당했던 강신국 부행장에게는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견책은 중징계로 인사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징계다.

      현재 자금시장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이문석 부행장도 ‘주의‘ 처분을 받았다. 강 부행장보다는 낮은 단계의 징계처분이지만 이 부행장에게도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의 징계 처분이 내려진 것은 강 부행장이 자금시장그룹을 이끌던 시기에 파생상품 운용과 관련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5명의 부행장이 조병규 행장과 함께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홍보그룹을 맡고 있는 장광익 부행장을 제외하고는 이석태, 강신국, 이문석, 고정현 부행장 모두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중에서 강신국, 이문석 부행장은 파생상품 손실로 징계를 받았고, 이석태 부행장은 조 행장과 행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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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은행장 후보로 올랐던 인물은 물러나는게 관례다”라며 “이석태, 강신국 부행장은 연말까지는 인사 차원의 배려를 해 준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우리은행 연말인사뿐 아니라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가 교체된다면 우리은행은 임기 만료가 되는 부행장 4명 중 3명이 바뀌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물갈이를 위해서는 조 행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인사는 지난 7월 취임한 조 행장의 첫 대규모 인사다. 은행권에서는 조 행장이 '출신'에 대한 안배를 어느정도 고민하고 있느냐를 이번 인사의 변수로 꼽고 있다. 

      앞서 손태승 전 지주 회장과 이원덕 전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었고, 조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손 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이 전 행장도 물러난 이후 우리은행 내 한일은행 출신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강 부행장은 현재 한일은행 출신 중 최고참 축에 속한다. 우리은행 전통의 핵심 부서인 기업금융부문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도 가볍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은행 일각에서는 조직개편 폭과는 상관없이 강 부행장은 유임시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퇴임 이후 손 회장이 행장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오던 임원들은 이미 상당수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강 부행장 사내 징계와 관련해서도 퇴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징계를 통해 유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란 시각이 출신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은행은 부행장들이 부문장 또는 그룹장을 맡고 있다. 부문이 더 상위의 조직 개념으로 하위에 그룹 및 본부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이석태 부행장은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부행장은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이문석 부행장은 자금시장그룹장, 고정현 부행장은 IT그룹장, 장광익 부행장은 브랜드홍보그룹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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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조직구조를 두고 ‘옥상옥’ 구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은 부행장이 부문장을 맡고 있어, 일부 그룹들은 부행장보(그룹장)-부행장(부문장)-은행장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이 잡혀 있다. 

      이렇다보니 각 그룹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부행장을 거쳐서 은행장에 보고가 이뤄져 의사결정이 느리고, 은행장이 각 그룹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그룹이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그룹장이 은행장에 직접 보고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우리은행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응은 느리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옥상옥 구조를 바꿔서 은행장이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