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때문에 3분기 적자 난 신한ㆍ한화證…진짜 손실은 내년부터?
입력 2023.11.22 07:00
    신한증권, 젠투 펀드 충당금 3분기 1200억 반영…적자行
    불완전판매 문제 제기 가능성에 당국 눈치보며 선반영
    내년 다수 해외부동산 펀드 만기…사적화해 추가 충당금?
    "불완전판매 이슈, 엮이기만 해도 부담…사적화해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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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 충당금 여파로 적자 전환했다. 양사는 젠투(Gen2) ㆍ트라움 등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사적화해’로 지불한 비용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모펀드 충당금 이슈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여지가 있는 펀드 판매사들에게 투자자 보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 해외부동산 펀드 환매 연기가 본격화되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충당금 이슈로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젠투 관련 신탁상품에 대해 투자원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인 126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약 1199억6200만원을 충당부채로 쌓았다. 그 결과 영업외손실이 1216억원 발생하면서 3분기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지만, 사모펀드 사적화해와 관련된 충당부채 적립 영향이 적자의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젠투펀드는 홍콩 소재 자산운용사 젠투파트너스가 설계한 사모펀드로, 지난 2018년 9월 판매되다 2020년 7월 총 1조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다. 피해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해 총 700여명으로,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4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판매한 최대 판매사였다. 

      문제는 신한이 이번에 털어낸 충당금이 일부에 불과해, 향후 결산 과정에 따라 손실 규모를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8월 젠투와 라임펀드 사적화해에 집행한 비용은 각각 4180억원, 1440억원 수준이다. 

      이희동 신한금융지주 CFO는 지주사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화해비용은 젠투 1천192억원으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적용되는 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합의 과정과 향후 결산과정 등을 통해 최종 정해지는 것에 따라 변동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날 한화투자증권도 3분기 연결기준 19억원의 영업손실과 143억원의 순손실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억원 줄며 적자전환했고, 순손실도 38억원에서 14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환매 중단 논란이 있었던 ‘라움(舊트라움)시퀀스앱솔루트 1호’, ‘글로벌원 LUX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등과 관련해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로 풀이된다. 3분기 말 대손충당금 잔액은 492억원, 순전입액은 2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4배 늘었다. 300억원 중 대부분이 사적화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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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적화해는 증권사와 투자자 등 당사자들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양사를 비롯해 최근 펀드 판매사들이 사적화해를 진행한 배경에는 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이 환매가 중단된 다수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문제삼고 조사에 들어가자, 이에 부담을 느낀 판매사들이 투자자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라는 당국의 권고안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 소송을 불사한다면 회사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건이 확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객 이탈과 정부의 압박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 끝에 ‘차라리 모양새 좋게 끝내자’는 분위기로 귀결됐다” 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이번 펀드 충당금 이슈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내년에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만기가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14개로, 판매액은 1조478억원에 달한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절반 가량인 1만965명(투자금액 약 4100억원)이 내년에 펀드 만기를 맞게 된다. 개인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완전판매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증권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를 구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PB들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개최된 이지스의 수익자총회에서도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년부터 펀드 환매 연기가 본격화되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사적화해 충당금 이슈로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요인은 없지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사적화해를 통한 손실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최소 500억원이 넘는 금액이라 요즘처럼 부동산금융을 비롯한 IB(투자은행) 업황에 좋지 않을땐 실적에 더 크게 드러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