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회피하는 건설사들…돈 되는 '리모델링' 사업장은 수주 대전(大戰)
입력 2023.11.23 07:00
    리모델링 사업장에 입찰 경쟁 나선 대형 건설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거듭된 유찰에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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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는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이다. 유찰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의 재건축 정책의 향방마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대어급 리모델링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의 시공사 선정 작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만 약 1조8000억원이다.

      리모델링 조합에 입찰 참여 공문을 받은 15개 건설사 중 대다수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공능력 순위 10위권 건설사 중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입찰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모델링 조합은 올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5월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또 다른 리모델링 대어로 꼽히는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도 리모델링 조합을 10월 말 설립했다. 사업 추진 5년 만이다. 예상 사업비는 약 1조2000억원이다. 내년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남산타운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다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강남권에서 삼성동 서광아파트, 개포동 대청아파트 등 11곳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30년)이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며, 용적률이 300% 수준으로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 서광아파트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단지 내에서 사업 수주를 위한 홍보를 이어왔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건설사들의 참여 열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알짜 사업장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도 벌어졌던 과거와 달리 수의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이 아닌 낙찰자 선정 시 적격심사를 보지 않는 방법이다.

      최근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대우건설이 유일하게 입찰 참여의향서를 냈다.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재건축 1호 사업지인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했다. 오는 20일 재입찰에서도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서울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 사업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1월 1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2차 현장설명회에도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석했다. 이곳은 지난 1차 입찰에도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 유찰된 사업장이다. 재건축 조합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및 수의계약 전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용산구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올해 초 GS건설이 시공자로 최종 선정됐다. 삼성물산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GS건설이 단독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리모델링과 재개발·재건축을 두고 건설사의 온도 차이가 나는 건 '사업성'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평가다. 

      당장 정부의 재건축 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부과금 면제 금액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부담금 기준금액 및 부과 구간 완화 등)은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연말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개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등 개발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최대 50%까지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소유주는 이와 별도로 건물을 철거 후 다시 짓는 데 드는 비용도 내야 하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공사비가 대폭 오른 점도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사비 협상으로 조합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도 커졌다. 

      아울러 리모델링 사업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적용되는 법령이 다른 점도 한몫한다.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법을 따르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주거환경정비법을 따른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공공기여(기부채납)를 하지 않고도 기존 세대수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다.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용적률이 높은 건물은 재개발·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할 경우 사업성이 뛰어나다"며 "2019년 이후 리모델링에 경쟁 입찰이 사라졌는데, 최근 다시 건설사들의 입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