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은 없지만’…총선 의제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산은도 ‘눈치’
입력 2023.11.23 07:00
    취재노트
    에어부산, 강서 보궐선거에 위기감 느낀 與 총선 의제로
    건설사 ㈜동일 등 부산기업 2000억 펀딩?…업계선 '황당무계'
    부산 상공업ㆍ정계, 산은 향해 연내 분리매각 답 요구中
    정부 눈치보는 산은…숙원 사업 '본사 이전'과 맞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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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를 것 같았던 에어부산 분리매각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에서 PK(부산ㆍ울산ㆍ경남)의 민심을 잡기 위한 카드로 '에어부산 독자생존'을 꺼내들면서다. 

      최근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지역구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직 국회의원인 정동만 의원을 비롯, 부산시 및 부산상공회의소 등 정계와 상공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여당은 국회에서 현직 중진 의원들을 모아 에어부산 거취를 논의할 계획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논의를 '지역구 현안' 수준이 아닌, 보수당 집토끼를 잡을 총선 의제로 키운 것이다. 

      당초 정치권은 에어부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동안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오히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건에 힘을 실어 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17%p 이상의 득표차로 대패(大敗)하면서, 여당 내부에서 새 의제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반전되자, 초반엔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에어부산도 점차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에어부산 내부에선 기존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반감이 컸다. 아시아나항공의 방만한 경영으로 멀쩡한 흑자 기업인 에어부산까지 '강제 합병' 당하게 생겼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한 달 전까지 분리매각안은 주류로 떠오르지 못했다. 살 사람도 없는데, 괜히 분리매각을 요구해서 나중에 낭패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 상공업계가 지역 정치인들과 뜻을 같이 하면서 한 달 만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자 에어부산 창립 멤버인 지역 건설사 ㈜동일이 주도적으로 나선 영향이 컸다. 

      동일을 비롯한 지역 상공계는 최근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의 지분 약 40%를 1500억~2000억원에 블록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전 부산상의 회장인 신정택 세운철강 대표에 따르면 동일이 최대 주주로 나서 자금을 조달하고, 인수 자금이 부족할 경우 부산 시민을 상대로 공모주까지 발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항공업계에선 '에어부산 블록딜'의 실현 가능성을 제로(0)로 평가한다.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려면 아시아나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내수를 기반으로 꾸준한 흑자를 내 왔던 에어부산을 매각할 경우 이사회에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 건으로 배임 논란에 시달려온 만큼, 굳이 에어부산에 대한 추가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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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앵커 투자자가 될 동일에 대한 의구심도 높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주식회사 동일의 유동자산은 4400억원, 현금성 자산은 81억원 수준이다. 현금 보유량이 적은 데다, 본업이 건설업종인 만큼 항공업 역량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동일이 에어부산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항공면허 인허가 문제는 별도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던 충청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 '성정'의 케이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며 "항공업은 꾸준한 지출이 필요한데, 건실한 건설사라던 성정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모펀드(VIG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을 보면 중견기업의 인수는 결국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부산기업과 지역민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중소 건설사의 항공업 진출 등의 구상들은 '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총선 시기와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정부여당의 눈치를 살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 강석훈 산은 회장 역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출신의 정치인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산은 부산 이전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최근 부산상의와의 만찬 자리에서 산은의 본사 이전에 힘을 실어달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산업계에선 PK 표심을 원하는 정치권과, 본사 부산 이전을 원하는 산은의 수요가 맞물려 에어부산 분리매각 이슈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독자생존 가능성과 경영 비전은 이미 논외로 밀려났고, '중앙당이 밀어주느냐'만이 에어부산의 행보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지역 정계와 상공업계는 올해 안으로 산은으로부터 분리매각과 관련된 확답을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실제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아무 것도 없지만, 정치권이 산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뉴스들이 많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