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증시에 풋옵션 행사 급증…현금 없는 기업에서 기회 찾는 운용사들
입력 2023.11.24 07:00
    증시하락에 전환가액 밑도는 주가 수두룩
    전환 대신 상환, 풋옵션 행사하는 투자자들
    성장성은 인정, 증시 부침에 잠시 휘청인 기업 대상
    회사채 및 증자 통해 투자 나서는 운용사들
    옥석가리기 더욱 신중…"향후 조달 양극화 심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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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환사채(CB)·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메자닌) 발행 기업들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부담이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현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같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기회를 찾는 운용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메자닌 발행을 통해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사모 메자닌 발행 건이 줄고 있는데, 투자금융업계는 올해 사모 메자닌 발행 총액이 전년 대비 10%~15%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기존 메자닌 투자자들이 발행기업을 대상으로 보유한 메자닌의 풋옵션 행사를 고려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이익 부진 우려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를 택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발행사는 원금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최근 들어 자금 부족으로 투자자들이 행사한 풋옵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자닌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 중 상당수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존 메자닌의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 발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메자닌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유플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대유플러스의 BW 풋옵션 행사 비율이 95%를 넘긴 것으로 지난 9월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포기하고 원금을 돌려받는 안을 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유플러스는 285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했는데, 상환할 자금이 부족했던 까닭에 이후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운용사들은 투자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만큼,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면 향후 주가 상승시 차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먼저, 투자자들로부터 풋옵션 행사 의사를 확인한 한계기업들을 대상으로 증자를 통해 자금을 보충해주는 방식이다. 통상 한계기업들은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줘 왔다. 또한 상환일자 도래 직전 차환 발행이 그나마 가능한, 시장에서 성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의 메자닌 채권에 추가 투자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 운용업계 내 화두가 '환금성'인데 비상장사는 이런 측면에서는 투자가 다소 부담스러워 상장사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느는 분위기"라며 "메자닌 채권 구조상 하방이 막혀있으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해서 투자 기회를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업 옥석가리기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란 평가다. 현재로선 운용사들은 대외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적지 않은 바이오기업도 그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메자닌 시장의 우위가 발행사에서 투자자로 옮겨지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발행사들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까지 발행해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이어지는 증시 부진과 경기불황에 발행 뿐 아니라, 차환 및 상환 재원 마련에도 옥석가리기가 면밀히 이뤄지면서 향후 자금조달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