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만 없으면...” 외치던 SM엔터는 정말 달라졌을까
입력 2023.11.24 07:00
    취재노트
    에스파와 레드벨벳 '집안싸움'
    모회사 카카오엔터 눈치보기?
    '새로운 SM' 내걸었지만…
    여전한 '깜깜이 경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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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스파(aespa) 11월 10일, 레드벨벳(Red velvet) 11월 13일. 이달 SM엔터테인먼트의 두 걸그룹의 컴백 일정을 접한 케이팝 팬들은 의문을 드러냈다.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가, 게다가 아이돌 그룹이 이렇게 가깝게 컴백 일정을 잡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앨범 및 차트 성적 등을 경쟁해야 하므로 같은 소속사 그룹은 웬만하면 활동 기간을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업계에선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국내 대표 엔터사인 SM엔터가 ‘집안싸움’을 감수한 배경은 뭘까. 내부에서 여러 사정이 있었을 터지만, 시장에서는 SM엔터의 모회사가 된 카카오엔터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10월 13일, 걸그룹 아이브(IVE)가 미니 앨범 ‘아이브 마인(I’VE MINE)’으로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아이브는 이번에 ‘트리플 타이틀’을 내걸면서 선공개 곡들까지 합하면 약 1달간의 활동을 했다. 통상 아이돌들이 컴백을 하면 짧으면 2주부터 4주까지도 활동을 하게 된다. 

      아이브의 소속사인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점을 고려하면, SM엔터가 모회사의 다른 계열사 소속 아티스트의 일정을 고려해 자사 아티스트들의 컴백 일정을 조정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은 되도록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의 ‘동시 발매’를 피하려고 하고, 특히 멀티 레이블인 경우에는 적어도 1~2주는 차이를 둔다”며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서 컴백 시기를 정할 텐데 아무래도 아직 모기업(카카오)과 자회사(SM엔터) 간의 구조가 정확하게 정립이 안 된 과도기에서 오는 시행착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아한 컴백 일정과 더불어 에스파의 이번 앨범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자, 시장에서는 SM엔터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에스파의 이번 미니앨범 첫날 판매량은 5월 발매된 ‘MY WORLD’의 3분의 1에 그쳤고, 초동(발매 후 첫 일주일 판매량)은 지난 컴백인 ‘SPICY’에 비해 57만장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음반 성장 정체를 이유로 SM엔터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하반기 초 컴백한 NCT Dream까지의 앨범 성과는 좋았으나 최근 발매된 에스파(aespa)의 초동 성적은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며 "에스파는 기존 앨범 판매량의 상당 부분이 중국 공구 물량이었던 탓에 앨범 역성장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SM 3.0 이전부터 숙제였던 비아시아 팬덤 지표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M엔터 인수전 당시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이브에 인수되면 SM엔터는 ‘멀티 레이블 중 하나’가 된다”는 점이었다. 하이브도 상장사고 SM엔터도 상장사인데 모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SM엔터의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SM엔터가 카카오엔터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엔터가 하이브와 ‘극적 합의’를 타진하면서 하이브 측에 내준 것은 SM엔터 아티스트들의 ‘위버스(weverse)’ 입점이었다.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상 진행은 이뤄졌지만, SM엔터 입장에선 아무래도 경쟁사의 자체 플랫폼에 자사 아티스트들을 입점시킨 셈이기 때문에 여전히 껄끄러움을 지우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속 아티스트 ‘집안싸움’처럼 앞으로 SM엔터가 대주주인 카카오엔터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며 “SM엔터 경영진이 카카오 인수의 정당성으로 내걸었던 경영의 독립성과 지배구조 개선 등이 지켜비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 SM엔터 경영진이 단행한 미심쩍은 M&A도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SM엔터에서 내부 반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보유한 연예기획사를 SM엔터가 인수하면서다. SM엔터가 소형 기획사인 10x엔터테인먼트(텐엑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사업부분을 22억원을 들여 인수했고, 인수 주체는 SM엔터의 100% 자회사이자 이성수 전 SM엔터 대표가 대표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로 알려진다. 

      10x는 소속 아티스트가 1명으로 재무 상태도 좋지 않아 사업상 시너지를 위한 인수합병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10x엔터의 이사진이 SM엔터 겸직 중인 점을 고려할 떄 SM엔터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활용해 개국공신 챙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SM엔터 임원이 겸직한 스타트업에 SM엔터 자회사가 10억원을 투자하거나, 특정 외부 업체들과의 거래도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현 SM엔터 경영진은 이수만 전 총괄을 몰아내면서 ‘SM엔터 3.0’ 비전을 밝혔다. 독단적 경영을 뒤로하고 팬과 주주 중심의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수만 없는 SM’이 된 지금, 여전히 ‘SM엔터 3.0’에 도달하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