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2심 유죄...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3.11.23 17:29
    1심 뒤집고 2심에서 유죄판결...징역 6월ㆍ집유 2년
    대법원 상고 계획…유죄 확정되면 직위 반납
    DLF 징계 소송도 1심 패소...2심은 내년 초 결과
    3년 전 신한금융과 유사 상황...회추위 판단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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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1년 8개월만에 판결이 뒤집혔다. 함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이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일단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함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초 열릴 회추위에서 이사회가 함 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우인성)는 23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내려진 무죄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했던 2015년부터 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 합숙면접, 임원면접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미리 정해놓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제기됐다.

      재판부는 금번 부정청탁이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당히 합격해야할 지원자가 탈락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금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을 밝혔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이 유지된다면 회장직을 반납해야 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상 임기 내 금고 이상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금융사 임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이번 2심에서 함 회장에게 최악의 상황은 법정 구속이었다. 이 경우 회장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유고' 상태가 된다. 이 경우 곧바로 회장직이 반납되고, 이사회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새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해야 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며 일단 2025년 3월까지 직을 수행할 순 있게 됐다.

      이번 2심 결과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은 내후년 1월을 전후해 진행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가리게 된다. 쟁점이 첨예한 사안인만큼 이 때까지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회추위에서 사외이사들이 함 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1심 유죄 상황에서 연임 여부를 판단받은 2020년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사례가 회자된다. 당시 신한금융 회추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확정된 선고라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며  조 회장에 대한 연임을 추천했다. 연임안은 주주총회에서도 가결됐다. 조 회장은 2021년 2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올해 초 6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함께 진행 중인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의 결과도 남아있다. 2020년 DLF 판매 관련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은 함 회장은 가처분신청을 통해 징계의 효과를 정지시킨 후, 본안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3월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 2심 결론은 내년 1월께 나올 전망이다.

      두 소송의 진행상황이 함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는 있지만, '새로운 변수'는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함 회장은 이미 지난해 취임 과정에서 해당 소송 이슈로 인해 '법적 리스크'가 부각됐던 바 있다.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채용비리 및 DLF 소송과 관련해 "이번사안 자체가 지배구조의 중대한 실패를 의미한다"며 "제재 및 기소 결과와 별개로 반대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ISS를 비롯해 글라스루이스ㆍ한국기업지배구조원ㆍ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반대를 권고했지만, 함 회장 선임 안건은 찬성 60.4%, 반대 39.4%로 원안 가결됐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채용비리 소송은 물론, DLF 징계 취소 소송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1~ 2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며 "아직 함 회장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고 유죄 판결 상황에서도 회장이 연임한 신한금융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