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화두로 애플 역전 앞둔 MS…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예고편
입력 2023.11.30 07:00
    올해 57% 오른 MS, 애플과 시총 격차 1700억弗 이내
    오픈AI·엔비디아·테슬라까지…AI發 빅테크 패권교체 中
    AI 향하는 시중자금, 내년 이후 반도체 시장 낙숫몰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마찬가지…내년 주가 예고편 평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보고 있다. 최근 오픈AI 이사회 개편은 물론 엔비디아의 H100, 테슬라의 도조(Dojo) 확장까지 빅테크 역량과 시중 자금이 인공지능(AI) 산업으로 몰려가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전방 AI 산업의 낙숫물을 얼마나 담아내느냐로 오르내릴 거란 관측이 많다.

      23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전일보다 1.28% 오른 377.85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조8083억달러(원화 약 3644조원)으로 역사상 최대 몸값을 재차 경신했다. 같은 날 191.31달러에 마감한 애플과의 몸값(2조9754억달러) 격차는 1700억달러 내로 좁혀졌다. 애플 주가가 최근 출렁인 사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 시총 1위 자리를 넘보는 중이다.

    • AI 화두로 애플 역전 앞둔 MS…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예고편 이미지 크게보기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올 들어서만 57% 이상 올랐는데 최근 마무리된 오픈AI 이사회 개편도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가 닷새 만에 복직하며 마이크로소프트에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샘 알트만 CEO의 갑작스러운 해임·복직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 협력에 대한 시장 기대감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시장은 양사 몸값 격차를 AI 역량에 따라 빅 테크 패권이 교체되는 상징적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사업이 애플 생태계 이상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테크 담당 한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영리단체 아래 묶인 오픈AI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면서 AI 사업 시장성 확보에 속도가 붙는 과정"이라며 "챗 GPT 출시 후 엔비디아 실적으로 증명된 빅테크 자금 흐름이 본게임 격인 서비스 부문 성과로 이어질 거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테슬라가 인공신경망 슈퍼컴퓨터인 Dojo 확장을 위해 자체 제작한 반도체 D1 칩 생산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고 ▲엔비디아가 차세대 범용그래픽카드(GPU) 출시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지갑을 열고 있으니 팹리스(반도체 설계) 역시 추격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위시한 빅 테크들의 AI 투자금은 내년 이후 메모리·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 전반에 막대한 낙숫물을 흘려보낼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여기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나스닥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있다면 유가증권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LG에너지솔루션을 다시 넘기느냐가 닮은 꼴로 거론된다"라며 "현시점 국내 상장사 중 전방 빅 테크 AI 산업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게 SK하이닉스기 때문인데 내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도 이런 흐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낸드 시장이 최악의 적자를 경험 중인 것과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생존을 위한 합병안 모색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기기 시장은 이미 성숙기를 지났고, 빅 테크들은 기존 범용 서버 투자비를 줄이고 AI 서버용 가속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모리 산업을 향하는 돈줄이 종전과 다르게 흐르고 있단 얘기다.

      올해까진 SK하이닉스가 AI 시장 개화기 병목이 발생한 D램 부문,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에서 잠재 선두로 치고 나간 형국이다. 공급사 전반이 낸드 부문에서 60% 수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신음하는 때 3분기 나홀로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워 추격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의 HBM 협력을 더 확고히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미 양사는 내년 공급 물량부터 생산설비까지 협력 계획을 공유하는 단계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 추격을 의식한 행보란 평이다. 

      전장이 넓은 삼성전자 역시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외 팹리스·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생산)와 기기 사업에서 AI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엔비디아향 HBM 공급 점유율 관리 외에도 파운드리 부문과 시스템LSI, 모바일경험(DX) 부문 모두 AI 시장 대응에 따라 중장기 시장 지위 변동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현재 나스닥 내 AI 역량으로 인한 빅테크 패권 변화는 내년 이후 양사 주가의 예고편 격"이라며 "SK하이닉스가 HBM을 발판 삼아 D램 1위로 거듭날지, 삼성전자가 다시금 글로벌 빅 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지 등 변수가 전방 시장에서 결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