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소송 난무할 부동산 시장…내년 '카오스' 대비하는 로펌들
입력 2023.12.06 07:00
    주요 로펌들, 작년에 대응 조직 꾸렸는데
    정부 개입에 올해는 생각보다 '잡음' 적어
    "시장 참여자 간 소송, 내년 본격 늘어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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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분양 및 미입주 증가·공사비 증가·고금리·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 끊이지 않는 악재에 부동산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갈등도 커지고 있다. 손실을 피하고자 이들간 법적다툼과 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주요 로펌들도 부동산 리스크 대응 조직을 만들어 다가올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주요 로펌들은 작년 말 부동산 리스크에 대응하는 조직을 꾸려왔다.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될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PF 사업 부실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김앤장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건설, 금융규제 등 분야의 전문가 110여명을 모아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PF 위기대응 TF'를 구성했다. 화우는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기업위기대응팀'을 만들어 건설, 기업자문, 금융 등 사업그룹별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른 로펌들도 소송전이 본격화할 경우 부동산 리스크 대응 조직에 인력 충원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올해 부동산 시장 참여자 사이의 분쟁이 로펌들의 예상보다는 적었다. 소송을 낸 경우도 많지 않았다. 이에 올해 로펌의 업무는 시행사·시공사·금융사 등 각 시장 참여자가 소송하지 않고 합의를 볼 수 있게 자문하는 정도였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관련조직 발족 이후 특별한 업무가 없었다"며 "리먼 사태 이후 등 과거 부동산 침체기의 분쟁 선례를 연구하고,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 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 생각보다 잡음이 크지 않았던 건 부동산 연착륙을 꾀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라는 평가다. PF 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정부는 수십 건의 대책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 등 사실상 모든 금융기관을 내세워 PF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정부의 '파격' 지원에도 PF 사업장 정상화는 요원했다. PF 업계는 정부가 각종 부실을 '임시방편'으로 막고 있으며, 이는 훗날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견은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주류다. 현 매크로 상황상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가 2~3년 더 이어질 거란 예측도 있다. 특히, PF 업계에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주목하고 있다. 총선 이후 정부의 PF 지원책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거란 전망 때문이다. '모두 살리기'보다는 '일부 살리기' 기조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펌들은 내년에 시행사·시공사·금융사·신탁사·지역주택조합 등 각 시장 참여자끼리 난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 이미 각 시장 참여자의 상황은 좋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계 중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은 전체의 41.6%다. 이들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작년 국내 건설업계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사 폐업 건수는 2006년(530건) 이후 17년 만에 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4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97건)보다 67% 늘었다.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는 전 비은행권으로 확산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08년에서 지난해 9월까지의 PF 대출규모가 ▲증권사 3조원→27조원 ▲여신전문금융사 4조원→27조원 ▲보험사 6조원→45조원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만 12조원에서 11조원으로 줄었다. 

      시행사는 부동산 호황기 때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은 계약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시행사의 계약서는 '믿음'의 영역이었다. 실제로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와 같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문구로 계약서를 작성하곤 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계약서 내용이야 어찌 됐든 PF 참여자 모두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하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로펌들은 올해 들어 허술하게 작성된 계약서를 보강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지금도 PF 대출의 만기 상환이 잘 안 이뤄지며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올해 준공이 3개월 이상 지연된 사업장이 대부분이며, 내년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3~5년씩 걸리는 소송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에 올해는 합의를 볼 수 있게끔 자문도 했지만, 신규 유동성 공급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갈등이 커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