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MBK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관건은 공개매수 성공 여부
입력 2023.12.05 12:43
    이사선임·매각권한 모두 MBK가 확보
    조현식 고문 측 콜옵션 등 권한無
    MBK, 조현식 고문 등 보유주식 질권 설정
    사실상 MBK가 경영권 인수
    지분율 50% 못 넘기면 공개매수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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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한국타어어그룹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의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표면적으론 조현범 회장의 일가족인 장남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의 백기사로 MBK가 참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 선임과 매각 등의 권한을 모두 MBK가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평가 받는다.

      관건은 공개매수 성공여부다.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은 약 23%인데, MBK측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

      MBK는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를 통해 한국앤컴퍼니 지분 최소 20.35%, 최대 27.3%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앤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이 지분 43.03%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는 각각 18.93%, 10.61%를 보유하고 있다.

      MBK가 최소 매집 수량을 20.3%로 정한 것은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의 지분을 합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합산 지분 50%가 넘어야 이사의 선임을 담보할 수 있고 또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공개매수 수량이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이번 거래는 무산된다. 이날 MBK의 공개매수 발표 이후 주가는 공개매수가격인 2만원을 이미 웃돌기 시작했다.

      앞서 MBK는 지난 30일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와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범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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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간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개매수를 통해 MBK와 조현식 고문 측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이사진 절반 이상을 MBK가 선임할 권한을 갖는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정관에 명시된 이사의 최대 수는 15명, 현재는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해 7명의 이사가 재직중이다. 

      대표이사는 MBK와 조현식 고문 측이 합의해 지명한다는 계획이지만, 합의가 불발할 경우 MBK가 지명 권한을 갖는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인사위원회(신설예정)의 구성원 과반 이상도 MBK가 지명한다. 

      MBK와 조현식 고문 측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주주간계약을 담보하기 위해 MBK는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 등의 지분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론 조현식 고문 측은 MBK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는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할 경우 조현식 고문 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해 동반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 Drag-along Right)을 행사할 수 있다. 반대로 조현식 고문 측은 동반매도권(태그얼롱; Tag-along Right)을 갖는다.

      즉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각 권한을 갖고 있는 조건으로, 드래그얼롱 등 매각 조건이 발동하는 시기는 최소 3년 후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선 조현식 고문 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MBK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조현식 고문은 현재 한국증권금융에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 18개월 내 계약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이번 투자는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SS)펀드에서 투자한다. 투자금액은 약 5200억원으로, 인수금융 등 금융기관의 조력 없이 전액 펀드에서 출자할 계획이다. 2021년 결성된 2호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의 규모는 약 18억달러, 한화 2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MBK는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물론 세계 6위권 타이어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물론 MBK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기관투자자 및 개인들이 최대한 참여해야 한다. 국민연금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한국앤컴퍼니 지분 약 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9월 3.8%까지 지분율을 낮추며 공시의무에서 벗어났다.

      현재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지분율은 약 42%이다.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지분 50%까지 8% 정도만을 남겨둔 상황으로 조 회장 측에서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개매수는 오늘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이미 공개매수가 시작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조현범 회장 측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 있을진 미지수다. 최근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카카오 측의 시세조종 혐의가 적발된 점도 조 회장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은 "최대주주와의 경영권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공개매수자와 우호적인 관계가 당사자들이 방어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MBK는 관련 법령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