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물량 대부분 인수해야…기관들 "MBK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성공 여부 회의적"
입력 2023.12.07 07:00
    유통물량 27% 중 20% 이상 인수해야 성공
    낮은 매수단가·공개매수 철회 조건에
    기관들 공개매수청구 참여에 '시큰둥'
    선행매매 리스크도 급부상
    "자산총액 고려해 매수 단가 상향 가능"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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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 관건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인데 현재로선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진 않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고 선행매매 의혹도 불거지는 등 리스크도 적지 않다. 공개매수단가는 2만원으로 이미 현재 주가가 이를 뛰어 넘은 상태로, 기관들의 참여 유인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장외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양도세가 부과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MBK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매집하겠다는 동향 자체는 적대적 M&A의 외관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배권을 갖고 올 만큼 적절하게 매수단가를 책정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 금액이 너무 낮아 유효하게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장가가 공개매수단가보다 높은 현재 주가수준에선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본다"며 "(투자자들은) 공개매수의 경우 세금도 부과되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의 유통 주식수는 약 27%이다. 조현식 고문과 MBK측이 20% 이상을 매집해야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수 있다. 지분율 50%까지 약 8% 포인트만을 남겨둔 조현범 회장 측에 비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분 20% 이상을 MBK가 매수해야하는 상황으로 매수 수량이 워낙 많다보니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당시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현재로선 조현범 회장 측은 대항 공개매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장내 주식 매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장내에서 매집하면 된다"며 "지분(42%) 자체가 많아 조현식 고문의 상황이 쉬워보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내 한 대형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최근에 한국타이어 내부 인사 하면서 우호적인 쪽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위탁운용사가 대부분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 청구 여부를 확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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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같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선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번 한국앤컴퍼니의 경우엔차익거래 등을 목적으로 주식 거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다.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창출 기회를 포착하는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이번 사안에선 투자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시가총액은 2조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투자할 만한 펀드가 없다. 벤치마킹(BM) 펀드는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 선행매매 가능성 등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여러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향후 MBK 측이 매수 단가를 높여 보다 공격적인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보유한 기관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MBK가 공개매수에 실패해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단 점은 투자자들이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측이 경영권을 두고 첨예하게 분쟁을 이어간다면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 또는 상승 여력이 있지만, MBK가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하고 거래가 종결된다면 1만원 대 주가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단 우려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현재로선 공개매수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이번 이벤트가 무산된다면 상승폭보다 더 큰 주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