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가치 올리기 목맸던 삼성전자, 정작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는 불투명
입력 2023.12.08 07:00
    바이오 주요 미래사업 꼽았지만 성과 미미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도 낙관하기 어려워
    로직스·에피스 과거 승계 과정서 주요 쟁점
    과거 판단 명분 있었다 인상 줄지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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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산업은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채택됐을 뿐 아니라, 과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당위성을 입증할 근거란 시선도 있다. 일찌감치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육성에 공을 들이고 M&A를 검토했는데 아직 괄목할 성과는 없다. 올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사업부에도 관심을 보이나 인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산업을 신수종사업(2010년), 4대 미래성장 사업(2018년)으로 꼽아 힘을 실었다.  2011년과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과 생산 능력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블록버스터의 존재감은 다소 아쉬웠다. 기술력 대비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올해 바이오젠이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외 영업조직을 확장할 기회로 보고 바이오젠 인수전에 발을 들였다. 회사에 있어 바이오젠은 과거 중요 주주였고,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파트너라 인수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를 중요 의제로 챙겼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를 낙관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삼성 외에 인도 제약사 인타스(Intas) 등 글로벌 기업이 인수전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선 9월 치러진 입찰 절차에선 삼성 측의 제안 가격이 경쟁사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M&A 절차가 진행 중이고 내년은 돼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종 과정까지 삼성의 획기적인 전략 변화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형 M&A 의지를 피력했으나 실제로 진행된 거래는 시장 기대보다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룹 경영진 수뇌부들이 보수적인 시각으로 대형 거래를 막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정기 인사에서 유임됐다. 바이오 사업에 들일 자금도 마땅치 않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형 M&A를 하려면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까지 거슬러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룹 상황을 감안하면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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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바이오 사업은 일련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에 있었고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완료됐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대주주였지만, 삼성전자 지분 약 4%를 가진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은 낮았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정해지는 것이 좋았다. 실제 제일모직 가치를 더 높게 산정해 합병이 진행됐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초기 지분율은 15%였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뒀다가 2015년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 이에 장부가치를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했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업가치 5조원을 인정받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수혜를 봤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불법적으로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벌였다고 봤다. 제일모직 아래 있는 바이오 사업을 승계를 위한 소재로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이 회장에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삼성 측은 회계처리 방식 변경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뒤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후 바이오젠이 실제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삼성 판단의 근거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됐는데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여전히 있다.

      삼성 바이오 사업이 자연스럽게 가치를 키웠다면 논란의 강도는 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회장 재판은 과거 증거와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지만 이번에 바이오젠 사업부를 인수하고 기업가치를 크게 키울 수 있다면 ‘원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좋은 회사’였다는 인식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기업가치를 크게 키우고 과거 경영 판단이 합리적이었다는 인상도 일부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에 공을 들이고 삼성전자도 지원에 나섰지만 경쟁자보다 한참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