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서울' 분리 매각에 고심하는 원매자들…브룩필드 대출 상환 '노란불'
입력 2023.12.08 07:00
    고금리에 치솟은 금융비용·토지 임차 방식에
    반응 미지근한 운용사들…유찰시 매각가 낮춰야
    브룩필드, 2兆 대출 내년 만기…상환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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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5성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이 1차 입찰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원매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서울시에 토지 임대료를 지불하는 등 사실상 건물만 인수하는 조건 등에 대한 거부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1차 입찰이 유찰되면 콘래드 서울은 매각가를 하향조정해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 콘래드 서울 분리매각을 통해 IFC 인수를 위해 일으킨 차입금 일부 상환을 계획한 브룩필드자산운용(이하 브룩필드)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다음주 중 콘래드 서울 매각을 위한 1차 입찰에 나선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높은 매각가를 써낸 운용사가 콘래드 서울을 인수하게 된다. 목표 매각가는 6000억원으로 알려진다. 브룩필드는 올해 10월부터 매각 자문사로 존스랑라살(JLL)을 선정하고 콘래드 호텔 매각을 추진해왔다. 내년 3~4월 중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콘래드 호텔 매각은 지난해 불발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IFC는 2006년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의 하나로 건설됐으며 오피스 3개동과 콘래드 호텔, IFC 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IFC를 4조1000억원에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속 기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조1000억원을 대출로, 나머지 금액은 리츠와 부동산펀드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높은 대출 비중을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리츠 영업인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좌절됐다.

      이후 브룩필드는 콘래드 호텔 분리매각에 나섰다. 이어지는 고금리로 인해 원매자들이 인수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해 자산을 쪼개 매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브룩필드가 IFC 인수로 늘어난 차입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란 해석도 가능하다. 2016년 브룩필드는 IFC를 인수하며 2조5500억원의 인수대금 중 1조805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는데, IFC 자산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그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늘렸다. 당시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가 내년에 도래한다. 2019년 적용받은 대출금리(선순위 기준 연 3%)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내년 차환 시 적용해야 한다.

      콘래드 서울에 대한 국내외 운용사들의 인수 의지는 그리 크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콘래드 서울 인수를 검토한 한 대형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콘래드 서울이 그나마 국내 부동산 시장에 출회된 가장 큰 매물인데, 관심이 있다는 운용사가 많지 않다"라며 "부동산 자문사 쪽에도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한 정도다"라고 말했다.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에 대출금리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인수대금을 마련하려면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연말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도 하다.

      토지를 임차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IFC가 있는 국제금융로10의 토지가 서울시 소유지인 것이 감점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 당시 서울시는 IFC의 첫 주인이던 AIG글로벌부동산에 99년간 사업부지를 빌려주고 임차기간이 만료되는 2104년 토지와 건물 모두를 기부체납받는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큰 규모의 인수대금을 치뤄도 건물을 인수하더라도 보유 기간 동안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한다. 사실상 토지를 뺀 건물만 인수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며 "분리 매각이기 때문에 IFC 부지 내 주차공간 분할도 또다른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해 검토를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브룩필드의 차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할 차입금을 차환하면서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주 중 치뤄질 1차 경쟁입찰에서 투자사들의 참여가 저조할 경우, 매각가를 20%가량 낮춰 2차 입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