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B 막혔는데 추가세금에 中 리스크까지…시선은 다시 LG엔솔 지분으로
입력 2023.12.11 07:00
    내년 최저한세 도입시 해외 혜택 국내서 토해내야
    LG화학-LG엔솔 지분율 따라 '추가세액' 부담 갈려
    LG-中 JV도 미국 IRA 규제로 세금 혜택 감소 전망
    공매도에 막힌 EB…LG엔솔 블록딜 활용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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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화학의 자금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 시선은 다시금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지분으로 모인다. 현재 LG화학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및 미국의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로 세액과 투자비 모두 늘어나는 이중고에 맞닥뜨렸다. 공매도 금지로 교환사채(EB)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난관을 타개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내년 1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시행된다. 해외 자회사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으면 차액을 최종모기업이 본국에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세율 인하·조세회피 방지 목적으로 지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3개국이 합의한 내용이 바탕이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도입되면 LG화학처럼 연결매출액 7억5000만유로(원화 약 1조원) 이상 다국적 기업그룹의 세 부담은 늘어난다. 국회는 작년말 이를 반영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관련 상세 적용 규정을 포함한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저한세는 현지 증설을 통한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받아낸 세율 혜택 일부를 본국에 토해내는 개념"이라며 "LG엔솔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 가능한 추가 세액 부담은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핵심은 추가세액을 '누가' 납부하느냐다. 주된 기준은 소득산입규칙(IIR)을 따른다. 해외 자회사가 진출한 국가에 덜 낸 세금은 최종모기업이 대신 본국에 낸다는 원칙이다. 현재 LG엔솔 해외 사업장의 최종모기업은 LG엔솔 지분 81.84%를 보유한 LG화학이다. LG엔솔이 2025년까지 가파른 해외 증설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세액은 비례해 늘 가능성이 있다.

      다만 LG화학이 LG엔솔 지배력을 80% 이하로 낮출 경우 추가세액 부담을 중간모기업에 넘길 수 있다. 소득산입규칙에선 '중간모기업 상당 지분(20% 이상)을 외부 주주가 보유한 경우 중간모기업에 소득산입규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LG화학이 LG엔솔 지분 일부를 팔면 추가 세액을 피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 공세의 고삐를 죄는 것도 LG화학엔 부담 요소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중국 기업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회사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핵심 광물이 포함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FEOC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야화와 국내외에 약 3조원 규모 JV 투자를 진행 중이다. 통상 JV 파트너십 지분율이 5 대 5 수준임을 감안하면 LG화학 측이 위 규제를 피해가려면 25%포인트 수준의 투자비를 더 대야할 수도 있다.

      LG화학 입장에선 매년 4조원에 달하는 투자비도 벅찬데 예상치 않은 세금까지 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중 LG엔솔 지분 유동화를 검토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다가 LG엔솔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해 2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EB 추가 발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렇다 보니 시장은 다시 LG화학의 LG엔솔 지분 유동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원래도 시장에선 LG화학이 LG엔솔 지분을 80% 이상 보유하는 데 따른 실익이 불투명하단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갈수록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LG엔솔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지만 LG화학 입장에선 여러가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방 전기차 시장 침체로 수익성은 떨어지고 투자 부담은 늘었는데 최저한세, FEOC까지 겹악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지난 블록딜 검토 때 미온적이었던 권영수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한 데다 마침 EB 발행도 막혀 있어 재차 블록딜 카드가 주목받을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의 영향이 미치기 전에 블록딜을 추진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다. 때문에 LG엔솔 지분 활용에 앞서 다른 카드를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년 초 조단위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내년 초 1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IB들의 관심이 높은데, 기관 역시 내년 초 첫 AA 등급 주자의 회사채 발행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다만 LG화학이 회사채만으로 내년 필요 자금을 채우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블록딜을 통한 재무 부담 완화 방안에 시선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